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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컬쳐

발길 닿는 길(해외편)

알프스 하이킹의
‘숨은 메카’

스위스 융프라우

글 · 사진 서영진 
스위스 알프스 중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베르너오버란트 알프스다. 융프라우, 아이거, 묀히 등 4,000m 이상 고봉이 30여 개가 모여 있다. 융프라우 일대는 알프스 트레킹의 숨은 명소로 사랑받는다. 능선과 산악마을을 잇는 총 70여 개, 200km의 코스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유럽 최정상역의 빙하 트레킹

융프라우 트레킹 루트는 대부분 산악열차, 곤돌라와 연결된다. 거친 숨으로 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높은 곳에서 시작해 산악풍광을 감상하며 내려설 수 있다. 알프스의 ‘흙’을 밟고 ‘향기’를 맡는 꿈같은 일들이 이곳에서는 수월하게 전개된다. 길을 걷다 산악열차 차장과 눈인사를 나누고, 젖소와 마주치는 일이 일상처럼 다가선다.

융프라우요흐는 유럽 최정상의 역이다. 톱니바퀴 산악열차의 종착점이자 만년설 전망대, 얼음궁전, 정상에서의 ‘컵라면’ 이벤트로 소문난 곳이다. 하이킹 애호가들은 빙하 트레킹을 위해 융프라우요흐를 다시 찾는다.

융프라우요흐까지 오르는 이유에는 알프스 정상에 펼쳐진 빙하를 만나는 게 큰 몫을 차지한다. 알레치 빙하의 길이는 22km로 독일 흑림지대까지 아득하게 뻗어 있다. 이곳 빙하는 융프라우 봉우리와 함께 알프스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이런 빙하를 눈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아쉽다. 융프라우요흐의 문밖으로 나서면 광활한 빙하지대와 트레킹 코스가 연결된다. 해발 3,000m 이상 고지에서 빙하를 감상하며 묀히요흐 산장까지 걷는 하이킹은 가슴 뛰는 독특한 체험이다. 빙하를 밟으면 ‘사각 사각’ 빙수 소리가 난다.

빙하 하이킹은 묀히요흐산장까지 왕복 3.4km 이어지며 3월 중순~10월 중순 진행된다. 산장까지는 왕복 2시간이 소요되며 해발 3,400m대의 고도를 걷는 체험이라 약간의 고소증을 느낄 수 있다. 하이킹의 표고차는 200m로 완만한 편이며 산장에 도착하면 대형 사발에 담긴 ‘마운틴 커피’ 한잔을 마시는 오붓한 시간이 마련된다. 묀히요흐 산장은 융프라우 3대 봉우리인 묀히를 오르는 등반가들의 베이스캠프로, 알프스 현지 산악인들의 분위기가 실감 나게 녹아 있다.

해마다 많은 이들이 찾는 융프라우
관광객이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국적인 산악열차가 만들어내는 풍경


아이거와 산악마을을 잇는 길

간이역들은 그 자체로 트레킹의 출도착 포인트다. 해발고도 2,061m의 클라이데샤이텍은 융프라우요흐로 향하는 관문이자 걷기여행자들의 집결지다. 정면으로는 아이거의 거친 절벽과 마주하고, 발아래는 샬레지붕의 마을 풍광이 펼쳐진다.

알프스의 3대 북벽인 아이거 북벽은 한때 등반금지령이 내렸을 정도로 험난한 코스였다. 70여 년 전 초등 등정을 위해 사투를 벌였던 청년 등반가들의 도전과 떠남의 이야기는 빛바랜 철로 위에 스며있다.

클라이네샤이텍에서는 아이거 북벽 아래를 생생하게 걷는 아이거트레일 코스, 산악마을 그린델발트와 라우터브룬넨을 조망하며 멘리헨까지 걷는 파노라마 코스, 소나무숲과 야생화 사이를 가로지르는 클라이네샤이텍-알피글렌 코스 등이 인기 높다. 파노라마 코스의 역방향은 트레킹 내내 융프라우, 아이거, 묀히를 마주할 수 있으며, 아이거글레처역에서 클라이네샤이텍까지 걷는 아이거워크 루트는 초보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4월에는 클라이네샤이텍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의 ‘스노우펜 에어 콘서트’가 열린다. 융프라우 3대 봉우리를 배경으로 록 뮤지션들의 산중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행 마지막 간이역인 아이거글레처는 최근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의 개통으로 분주해졌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고도의 초콜릿 작업장에서 수제 초콜릿을 맛볼 수 있으며,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에서는 눈 덮힌 산악경관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주어진다.

산과 마을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풍경
자연이 함께하는 융프라우 여행


휘르스트, 바흐알프 호수 하이킹

‘아이거 아래 마을’ 그린델발트와 연결되는 휘르스트는 산정호수까지 걷는 트레킹이 인기 높다. 휘르스트역에서 시작되는 산행길은 낮고 가지런하며, 낮은 평균 기온 탓에 나무가 자라지 못해 키 작은 풀들이 동행이 된다.

2시간 남짓 계속된 트레킹은 바흐알프 호수에서 쉼표를 찍는다. 스위스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호수인 바흐알프는 쉬렉호른 봉우리가 데깔코마니로 찍어낸 듯 대칭을 이루며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갈 길을 멈추고 호수의 정경에 한동안 넋을 잃어 자리를 뜨지 못한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이곳 호수는 푸르고 맑으며 물은 시리도록 차갑다.

휘르스트역 산장은 하루 묵거나 등산화를 빌리고 이곳 맥주인 루겐브로이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쉼터다. 역 앞에는 이 일대 최고의 패러글라이딩 출발포인트가 위치했다. 2,000m 넘는 곳에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를 바라보며 하늘을 나는 체험은 또 다른 묘미다. 휘르스트 일대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패러글라이딩 장면을 촬영했다. 휘르스트에서 간이역들을 지나며 휘르스트 플라이어, 마운틴카트 등 액티비티를 즐기거나 그린델발트까지 전원마을과 젖소를 구경하며 내려설 수 있다.

휘르스트 일대는 패러글라이딩 명소
걷고 또 걸으면 언젠가 목적지에 닿겠지.


융프라우 하이킹

융프라우 일대에는 70여 개 트레일 코스가 있으며 출도착 역의 막차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3~4일 머물며 다양한 코스를 걸으려면 열차, 곤돌라를 제한 없이 탑승 가능한 융프라우철도 VIP 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고지대에서는 방한복이 필요하며, 빙하 하이킹 때는 선글라스가 필수다. 산악열차역은 대부분 산장을 겸하고 있으며, 마을에는 캠핑장 등 숙소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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