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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담다

한국에서 만나는 독일

남해

골목마다 붉은 지붕과 하얀 벽돌로 지은 집이 보인다. 경상남도 남해에 자리한 ‘남해독일마을’은 ‘한국 속 독일’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하며 마을을 돌아보고, 남해의 자연에도 푹 빠져 보자.

writing. 편집실

국내 최초의 현수교 남해대교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독일이 곁에

전망 좋은 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다본다.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붉은 지붕과 하얀 벽돌로 지은 독일 주택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경사진 언덕을 올라온 수고로움이 잊히는 장관이다. 덕분에 한동안 외국에 나가지 못했던 아쉬움도 가시는 듯하다.
어쩌다 한국, 그것도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남해에 ‘독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이 생겼을까. 이야기는 세월을 거슬러 1960년대로 돌아간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전쟁의 포화로 많은 사람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정부는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독일과 근로자채용협정을 맺고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했다. 그리고 독일로 간 근로자들이 벌어온 외화는 한국 경제성장의 종잣돈이 된다.
청춘을 바쳐 일했던 독일 파견 근로자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한 곳이 바로 이곳 남해였다. 남해군이 부지를 제공해 2001년부터 조성한 마을의 주택들은 독일에서 원자재를 공수해 지었다. 독일 전통양식을 바탕으로 지은 집들이기에, 어떤 이들은 이미 현대화된 독일보다 ‘더 독일 같다’는 평을 남기기도 한다. 남해 여행을 준비하며 처음에는 이곳을 방문지에 넣지 않았던 이들도, 주변 도로를 달리다가 이국적인 풍경을 보고 이끌리듯 마을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 가을로 물든 독일마을
  • 독일마을에서 즐기는 독일 음식
독일에서 청춘을 쏟고, 한국에 잠들다

이곳까지 왔다면, 남해에 독일마을이 들어선 배경이 된 역사를 지나치고 돌아가기는 아쉽다. 독일마을 최상단으로 올라가면 ‘도이처플라츠’라고도 부르는 독일마을 광장이 있다. 광장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남해파독전시관이 눈에 들어온다. 천 원의 저렴한 관람료를 내고 입장하면 한국의 현대사와 함께 한국 근로자들이 독일로 건너간 배경을 알 수 있다.
광부가 갱도에 들어가는 것처럼 조성된 구역은 그 시절 파독 근로자들의 감정을 체감하게 한다. 더불어 파독 근로자들이 독일에서 사용했던 물품과 그 시절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도 볼 수 있다. 지하 1,200m 탄광으로 들어가며 ‘살아서 돌아오라’는 뜻의 ‘글릭아우프’라는 인사를 매일했던 시절, 자신의 젊음이 들어 있는 당시의 봉급표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는 파독 광부의 한마디는 유달리 울림이 크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체력적으로 고된 일을 맡으며 향수병에 젖었던 간호사들의 어려움도 느껴진다. 파독전시관 옆에는 파독 1세대 주민들이 묻힌 ‘파독 광부·간호사 추모공원’이 있다.

구슬픈 역사 속에서도
특별한 문화를 만들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진지하면서도
유익한 이야기를 건네는 남해.
남해에는 독일마을을 닮은
개성 있는 곳이 많다.

독일마을 광장인 도이처플라츠
독일마을 전경
마시고 먹고 즐기는 독일의 문화

남해독일마을에는 독일식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는 브루어리 체험을 비롯해 독일 장인들의 가죽 공예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잠시 진행을 멈추기도 했지만, 남해독일마을에서는 해마다 시절에 맞는 축제들을 꾸준히 개최해 왔다. 대표적인 축제는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다.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를 모티브로 삼은 이 축제는 2010년에 시작해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 3년 만에 재개되는 축제에 쏠리는 관심도 크다. 독일에서 경험한 옥토버페스트를 잊지 못해 이 시기에 일부러 남해여행을 계획하는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다가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되는 맥주축제 기간에는 연일 다채로운 체험이 펼쳐진다. 환영 퍼레이드와 맥주 오크통 개봉, 독일전통의상 체험, 각종 공연 프로그램을 비롯해 맥주 빨리 마시기, 오크통 수레 끌고 달리기 등의 챌린지 게임들도 펼쳐진다. 이처럼 남해에서 만나는 독일의 이야기들은 깊고, 다채롭다.

맥주축제 거리 퍼레이드(이미지 출처_남해군청)
맥주축제 옥토버챌린지(이미지 출처_남해군청)
넘치는 개성과 풍성한 밀도

구슬픈 역사 속에서도 특별한 문화를 만들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진지하면서도 유익한 이야기를 건네는 남해. 남해에는 독일마을을 닮은 개성 있는 곳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가천 다랭이마을의 다랭이 논이다. 층층이 이어진 계단식 논으로 이곳에서는 오래 전 선조들이 붙잡고자 했던 삶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산비탈에서도 논을 경작하기 위해 석축을 쌓아 만든 이 논은 이제 남해의 얼굴이 되었다.이뿐만 아니라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어 중생을 구제해 준다는 해수관음상을 모시는 사찰, 보리암이 있다. 이곳은 일출 명소로도 불리는데 눈앞에 펼쳐지는 남해 앞바다의 비경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주는 위로에 이미 소원을 이룬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지곤 한다.
고유의 것을 넓게 품어 자신만의 멋으로 피워 낸 남해. 1973년 국내 최초의 현수교 남해대교를 지나면 밀도 있는 섬, 남해로 갈 수 있다. 이곳의 풍성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남해의 얼굴이 된 다랭이 논
  • 남해 앞바다의 비경이 보이는 보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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