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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가다

경계에 있으나
경계를 두지 않는 이곳

터키 이스탄불

우리의 역사에는 언제나 증오를 이기는 사랑이 있었다. 여전히 그 힘은 거짓되지 않은 위대함을 갖는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스탄불 시민들은 모두가 그 힘의 진정성을 알고 있으며, 결코 오만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터키가 이처럼 웅장한 문화를 꽃피운 데에는 그 마음이 있었다.

writing. 편집실

길고양이를 환대하는 이스탄불
개와 고양이의 천국 이스탄불

“동물을 사랑할 줄 모르면 사람을 사랑할 수 없지요.”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케디>에 나오는 말이다. 이 영화에는 터키 이스탄불(Istanbul)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스탄불 시내에는 약 20만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길고양이다. 그런데 이스탄불 길고양이들의 표정은 한국의 길고양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모두 각양각색의 개성을 뽐내며 거리 곳곳을 의기양양하게 누빈다. 골목 어디든 이들이 마실 물과 사료가 비치되어 있고, 인간은 결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동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스탄불 길고양이들의 표정에는 자유로움과 아늑함을 동시에 누리는 만족감이 담겨 있다. 그리고 거리를 누비는 또 다른 동물이 있는데, 바로 개다. 골목 한 가운데 누워 잠들어 있거나,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쉬고 있는 개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인식표가 달려 있다는 것. 주인이 없으므로 국가에서 직접 관리를 한다는 표시다. 국가를 이루는 공동체는 국민이다. 이는 국민 개개인이 함께 이들을 보호하고 보듬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와 고양이의 우연한 동행을 반기고, 그들의 삶을 돌보되 얽매지 않는 이스탄불의 시민들. 생명에는 경중이 없다. ‘사랑’은 하는 만큼 넓어진다. 그 진실을 이스탄불 시민들에게서 다시금 깨닫는다.

  • 소피아성당의 내부

  • 보스포루스 해협 위 이스탄불

웅장한 역사를 품은 건축물

사랑이 넘치는 이스탄불에서는 웅장한 역사의 흔적도 마주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Sultan Ahmet Camii)다. 실내외 푸른색 장식으로 인해 블루 모스크(Blue Mosque)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는 이곳은 14대 술탄인 아흐메트 1세가 지은 것으로, 이슬람 문화의 정수를 보여 준다. 그리고 이 모스트 가까이에는 소피아 성당(Ayasofya)이 있다. 소피아 성당은 현존하는 비잔틴 제국(동로마 제국) 건축물 중 최고로 꼽힌다.
내부의 모자이크 장식과 돔형 지붕 등이 예술적인 가치를 뽐내는데, 이 건물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스탄불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다. 시작은 콘스탄티노플 대성당(Cathedral of Constantinople)이었지만, 이후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으며 1945년부터는 미술관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이스탄불은 기독교 중심인 비잔틴 제국의 수도이자, 이슬람교 중심인 오스만 제국의 수도이기도 했다. 그런데 소피아 성당이 이슬람 사원이 된 데에는 남다른 이야기가 있다. 오스만 제국은 소피아 성당보다 우수한 모스크를 짓고 싶어 했으나, 이 건축물의 비밀을 풀지 못하고 결국 성당의 네 귀퉁이에 이슬람교 사원에서 설치하는 첨탑인 미나렛(Minaret)을 세웠다. 내부도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Koran) 문자들로 가득 채웠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서 다양한 역사를 품은 도시. 이것이 바로 이스탄불의 매력이다.

  • 해협이 내려다보이는 에미노뉴 항구

  • 갈라타 다리의 야경

한눈에 담는 이스탄불의 매력

아시아와 유럽을 구분하는 경계선 역할을 하는 것이 보스포루스(Bosphorus) 해협이다. 이스탄불에서 놓칠 수 없는 명소가 갈라타 다리(Galata Köprüsü)인데, 이곳은 보스포루스 해협의 줄기 위를 지나는 다리다. 보행자도 걸어서 건널 수 있으며 아래에는 카페가 있어 여행지에서의 낭만을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갈라타 다리 위에서 해협을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면 잔잔한 평화가 찾아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특별한 역사와 문화가 빼곡하게 담긴 이스탄불 곳곳이 보이니, 그 평화는 생동하는 즐거움이 되어 마음을 달뜨게 한다. 만약 이스탄불이 품고 있는 매력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갈라타 다리를 건너 갈라타탑(Galata Kulesi)에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갈라타탑 전망대에서는 이스탄불 시내는 물론 보스포루스 해협도 한가득 담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경관을 빛내는 것은 시내 곳곳에서 동물들과 소박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갈라타탑에서 내려다 본 전경
자연의 유려함을 만끽하다

역사와 문화 너머, 터키에는 그 어떤 인공물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 명소가 있다. 바로 소금 호수라 불리는 투즈 골루(Tuz Gölü)다. 원래는 바다였지만 지각 변동으로 인해 호수가 되었고, 7월과 8월처럼 온도가 높은 때에는 호수의 물이 증발하여 하얀 소금이 남아 소금 사막이 되기도 한다. 특히 날씨가 따스한 4월에서 6월, 9월에서 10월 사이에는 붉은빛을 띠는 물속 조류의 개체수가 늘어나 호수는 분홍빛으로 물든다. 소금 호수는 터키의 수도 앙카라(Ankara) 근처에 있어 이스탄불에서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지만, 잔잔하면서도 힘 있게 자신을 드러내는 자연의 유려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명소로 손꼽힌다.
동물을 사랑하고 역사를 아끼는 나라. 그리고 곳곳에 펼쳐진 자연을 따라 깊이 있는 문화를 이룩해 낸 터키. 남을 돌보고 나를 돌아보는 시민들의 진실함이 오늘의 터키를 만들었다.

소금 호수, 투즈 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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