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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담다

인제,

자연을 듬뿍 품은 충만함에 빠져들다

자연이 한가득인 인제.
그 충만한 품속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우리에게도 자연이 깃든다.
그렇게 자연이 주는 맑은 위로에 우리는 새롭게 채워질 것이다.

writing. 편집실

원대리 자작나무숲
자작나무숲에서 만끽하는 싱그러운 여름

고즈넉한 숲속, 새가 정답게 지저귀고 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만이 주위를 채우는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이곳을 거닐면 몸속 깊숙이 들어오는 자연의 향취에 길고 지난하던 어제의 일들은 가벼이 잊히고 그 자리가 향긋함으로 채워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위로다.
자작나무숲은 특히 겨울철 최고의 여행지로 꼽히는데, 새하얀 수피와 흰 눈이 어우러진 정경이 가히 절경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작나무숲을 제대로 즐기려면 이맘때가 제격이다. 겨울이 최고라는 명성에 가려져 여름철의 자작나무숲은 크게 인기가 없지만, 숲속을 가득 채우는 산천초목과 그들 사이를 지나는 바람소리만으로도 땀은 식고 어느덧 싱그러운 여름만이 우리를 둘러싼다.
자작나무는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뜨거운 불속에서도 요란스럽지 않게 기꺼이 자신을 내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겸허한 자세를 갖춘 자작나무. 자작나무는 대개 20m 높이로 자라는데 자라는 동안에도 제 몸을 부풀리지 않는다. 하나의 군락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자라나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자작나무숲’을 이룬 이들에게서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 곰배령의 여름
  • 곰배령에서 만난 벌깨동굴
수수한 야생화의 매력에 빠져들다

푸른 자작나무숲에서 자연의 속삭임을 들었으니, 이제 천상의 화원을 거닐어 보는 어떨까. 점봉산 곰배령에서는 근사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마음에 닿는 야생화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작은 나팔을 닮은 연분홍빛 꽃개회나무, 그윽하게 피어나는 함박꽃나무, 쪼르르 종이 달린 것만 같은 금낭화 등 곰배령에서는 한반도 자생식물의 약 20%인 850여 종 식물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보호 가치가 높기 때문에 현재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하루 450명만 입산이 가능하다. 그마저도 일주일에 닷새 1년 중 8개월만 허가된다. 물론 지정된 탐방로만 이용할 수 있다.
여전히 원시림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천혜의 자연, 곰배령. 곰이 배를 하늘로 두고 누운 모양을 하고 있어 ‘곰배령’이라 불리는 이곳이 한가득 품고 있는 야생화가 궁금하지 않은가. 야생화는 결코 스스로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앙증맞은 꽃과 소박하게 피어난 잎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은 우리 몫이다.

천상의 화원 곰배령은 보호 가치가 높기
때문에 현재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하루 450명만 입산이
가능하다. 그마저도 일주일에 닷새
1년 중 8개월만 허가된다.
물론 지정된 탐방로만 이용할 수 있다.

곰배령의 진동계곡
경내를 돌며 깨닫는 이치

자연의 소리를 모아 축조한 것처럼 조용한 경내를 자랑하는 절, 백담사. 백담사는 서기 647년에 한계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곳으로 그 역사가 길고도 깊다. 특히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정식으로 출가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용운 선생은 이곳의 작은 암자 오세암에서 수행을 시작했다. 한용운 선생에게 정신적 고향이자 그의 정신이 스민 이곳. 차분히 경내를 돌다 보면 어느새 나를 비우며 또 채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희미하게나마 느껴진다. 설악의 웅장한 산세에 비해 우리는 너무나 작다. 그러나 백담사 앞 계곡 한쪽에 쌓인 무수한 돌탑을 보면 우리 삶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백담사에서 내려오면 이곳을 배경으로 둔 만해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만해마을은 누구에게나 열린 휴식 공간으로 만해문학박물관, 북카페, 그리고 숙박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게다가 옆으로는 설악산에서 굽이굽이 내려온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더운 여름철 피서를 즐기기에 으뜸이다.

소원을 담은 돌탑
백담사 앞 계곡
산촌마을이 주는 건강한 하루

인제에는 특별한 마을이 있다. 바로 하추리 산촌마을이다. 설악산에서 시작해 소양강으로 이어지는 맑은 계곡이 흐르고 설악산 줄기가 웅장하게 감싸고 있는 이 마을에서는 자연과의 공존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귀농귀촌 우수마을’로도 꼽히는 하추리 산촌마을에는 자연을 사랑하는 진심으로 하나 된 이들이 정답게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데, 그중 단연 인기는 ‘장작불 가마솥 밥 짓기’다. 마치 <삼시세끼>를 찍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 체험은 직접 장작을 패고 불을 지피는 참된 노동을 가르쳐 준다. 도시화된 현대사회에서는 낯선 노동이기도 하지만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삶의 다양한 양식에 대해 알게 되고, 익숙지 않은 경험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배움을 준다. 더불어 갓 지은 밥과 함께 제공되는 산촌 음식에 배도 건강하게 채울 수 있다. 하추리 산촌마을의 하추리 산촌학교에서는 숙박도 가능하다. 오랫동안 주민들의 학교였던 하루분교를 신축한 공간이 남다른 하루를 선사한다. 특히 낮과 밤의 경계가 또렷한 이곳에서 쏟아질 듯한 별이 수놓인 저녁 하늘을 감상하는 것은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어디를 가나 자연에게 안길 수 있는 인제. 그 너른 품에서 어제를 지우고 내일을 염려하지 않으며, 그저 오늘만을 누비는 것은 어떨까.

  • 하추리 산촌마을 전경
  • 산촌마을에서의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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