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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행복이
넘치는
동물농장

제주시 구좌읍 어대오름 근처에는 반려동물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한 공간이 숨겨져 있다. 낮은 울타리에 둘러싸인 이층집 뒤로 펼쳐진 7,603m2 부지 중심에는 중형견을 위한 견사와 운동장, 닭장과 새장, 산책길 등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강연재 팀장 부부가 반려견, 반려묘, 닭, 비둘기, 꿩 등과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with IBK> 6월호의 모든 촬영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했습니다.

writing. 백미희 photograph. 김범기

제주지점
강연재 팀장
내 가슴에 울림을 준 첫 반려견을 만나다

반려견 34마리와 반려묘 4마리, 여기에 닭, 비둘기, 꿩과 함께 생활하는 부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설 보호소를 운영 중인 건가?’ 하는 궁금증이 든다. 그 많은 동물의 밥은 어떻게 먹이고 동물들은 어디서 뛰노는걸까. 그런 의문은 강연재 팀장의 자택으로 들어서는 순간 해소된다. 7,603m2(약 2,300평)의 넓은 부지, 개체의 특성을 파악해 2~3마리씩 짝을 지은 견사와 분리된 운동장과 산책길, 목욕시설과 미용시설까지 구비된 이곳은 반려동물의 천국이 아닐까. 무엇보다 강연재 팀장 가족을 보고 좋아서 꼬리를 흔들고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달려오는 반려견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 많은 동물이 하나하나 사랑을 듬뿍 받는 ‘반려’ 동물임이 느껴진다.

“원래 저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처음 반려동물을 키운 것도 막내딸이 18살 무렵에 간곡히 부탁해서였거든요. 당시에는 뭘 잘 몰라서 딸에게 ‘키우고 싶은 아이를 골라 봐라’ 하고 혈통과 품종을 따져 가면서 첫 아이를 입양했어요. 정말 뭘 몰랐죠.”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된 반려견이 바로 북슬북슬하게 솟아오른 털이 매력적인 비숑프리제 ‘짱순이’였다. 그리고 곧 ‘혼자서 외로우면 어떡하나’ 싶어 남편인 ‘짱돌이’까지 연이어 입양하게 되었다.

“짱순이를 품에 안고 눈을 마주치는 순간, 가슴에 울림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내 아이를 품에 안은 느낌이랄까요? 그 아이들이 저와 눈을 마주치고 웃고 교감하는 존재더라고요. 사실 짱순이를 입양하기 전에는 딸아이한테 ‘강아지 용품이 원래 그렇게 비싸냐, 너무 비싼 것 사지 마라’라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데려오고 나서는 샴푸에서부터 사료, 물티슈, 강아지 옷 등 뭐든지 최고로 구입했지요(웃음). ‘우리 애’라는 생각에 뭐 하나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죠.”

동물 식구들을 위해 삶의 터전을 옮기다

첫 반려견이 된 짱순이는 1년 만에 임신을 했고 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원래는 모든 아이를 직접 키울 생각은 없었지만 갓 태어난 강아지들을 품에 안은 강연재 팀장은 어느 한 마리도 품에서 떼어 놓을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2마리에서 8마리가 되었죠.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우리 가족이 원래 여행을 좋아해요. 짱순이, 짱돌이를 키우면서도 두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녔어요. 그런데 8마리가 되니까 어디를 갈 수가 없더라고요.”

강연재 팀장은 짱돌이, 짱순이가 새끼를 낳고 반려가족이 늘어나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주도로 삶의 터를 옮길 준비를 한 것 또한 당시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제주도 구좌읍에 집을 짓고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더불어 반려견들과 여행을 다닐 때 불편했던 경험을 상기하며 함께 편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반려견이 8마리가 되니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극히 한정적이었어요. 애견 동반 캠핑장과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독채 펜션 정도였죠. 그런데 비용만 비싸고 시설이 만족스럽지 않은 곳이 많더군요. 숙소끼리 분리가 안 되어 있어서 여러 집의 아이들이 부딪히고 싸워서 아이들한테 계속 목줄을 채워 둬야 하는 등 불편한 부분이있었어요”

짱순이를 품에 안고 눈을 마주치는 순간,
가슴에 울림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내 아이를 품에 안은 느낌이랄까요
그 아이들이 저와 눈을 마주치고 웃고 교감하는 존재더라고요.

그는 넓은 공간에서 반려견의 삶의 질의 올리는 동시에 2층 뒤편으로 독채편션, 반려견 운동장과 카페를 나란히 짓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어디 세상사가 마음먹은 대로만 흘러가던가. 제주에 내려온 뒤 강연재 팀장의 반려동물 식구들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기된 아이들에게 사랑을 건네다

강연재 팀장이 키우는 동물 중 반려견의 숫자만 총 43마리다. 그중 처음으로 구조한 유기견은 ‘봄이’였다.

“비숑프리제 모임에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단체 채팅방에서 6개월도 안 된 아이가 동물병원 밖에 유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어요. 당시 광주에 살고 있었는데 부산 동물병원까지 운전해 가느라 새벽 5시에 출발했죠. 그때 우리 짱순이, 짱돌이도 함께 갔는데, 부산 쪽 반려견 운동장에서 셋이 즐거이 놀았어요. 그날 아이의 이름을 지어 줬죠. 계절이 봄이었거든요.”

이후로 짱순이의 자식인 ‘오월’이와 새롭게 식구로 합류한 ‘행복이’ 사이에서 두 아이를 더 얻었다. 그렇게 늘어난 비숑 식구들만 현재는 16마리에 이른다. 유기견 출신인 봄이와 오월이 남편 행복이를 제외하면 모두 짱돌이와 짱순이의 자손인 대가족이다. 이후로도 제주로 내려오면서 동물 식구들은 급격히 늘어났다.

“제주도에서 처음 가족이 된 아이는 함덕 서우봉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별이'예요. '별이'는 진돗개처럼 큰 아이인데, 마음도 어찌나 큰지 몰라요. 그 후 '사랑이'와도 인연이 되었죠. 사랑이는 태어난 지 한 달 반 정도 되었을 때 상자 속에 담겨 식당에 버려져 있던 아이였어요. 온종일 상자에만 있었다는데 저희를 보더니 불쑥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밥 먹다가 얼결에 데려오게 되었어요.”

제주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유기견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고, 이렇게 대식구가 될지도 몰랐다. 그런데 관심 있게 보다 보니 유기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주변에서도 유기견을 발견하면 연락을 주곤 했다. ‘더 이상 늘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다치고 버림받은 아이를 발견하면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에서 구입한 부지에 알을 버리고 간 꿩과 비둘기가 있어서 태어난 새끼들을 수습해서 키웠고, 고양이들 밥을 주다가 한 마리가 로드킬 당한 모습을 보고는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마당에 철망으로 집을 마련해 줬다. 토종닭은 계란을 얻기 위해 남편이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부화하지 않은 알을 가져와 직접 부화한 병아리를 키워 청계 식구도 몇 마리 추가되었다. 덕분에 강연재 팀장의 제주 자택은 비숑프리제 16마리와 유기견 27마리, 유기묘 4마리, 닭, 비둘기, 꿩 등 여러 동물이 함께하는 행복한 동물농장이 되었다.

기쁨과 위로를 주고받는 우리 가족

사실 이 많은 동물을 보살피는 것은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손재주가 좋은 남편의 역할이 컸다. IBK人으로 함께 근무하다 2015년 먼저 은퇴한 남편 박필주 씨는 현재 아침부터 밤까지 동물들의 케어를 전담하고 있다.

“남편이 정말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이에요. 게다가 손재주도 좋거든요. 저택의 담도 직접 쌓고 반려견 수영장도 만들었어요.
견사와 운동장도 다 손수 만들었어요. 덕분에 이 많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거죠. 근육주사 이외에는 주사도 직접 놓고 미용도 해요. 간식도 2주마다 닭가슴살과 닭발을 사 와서 직접 만들어 주고 있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비용이 감당 안 되거든요. 강아지 구충, 진드기 및 심장사상충 예방을 위해 매달 먹어야 하는 약인 넥스가드 한 종류에만 한 달에 9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고 있으니, 대충 짐작이 가시죠?”

게다가 남편의 스마트폰에는 잔디 및 조경 관리 내역, 반려동물 경비, 백신 접종 내역, 중성화 수술 이력 등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유기견 아이들은 발견 장소와 당시 상태 등도 꼼꼼히 기입되어 있다. 반려동물의 숫자가 많은 만큼 남편의 메모 리스트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처럼 노동력과 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부부는 그야말로 반려동물에게 ‘올인’ 중이다. 누가 알아 주는 것도 아닌데 이들 부부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을 지속하고 있는 걸까?

“처음으로 반려견을 키우고, 새끼를 낳아서 품에 안고 또 유기견을 구조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많이 했어요. 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서로 부딪히고 달려들어 힘껏 안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삶이 충만해짐을 느껴요. 우리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는 존재들이죠. 게다가 유기견들은 조금만 사랑을 주어도 눈빛, 표정이 금세 밝아져요. 슬픈 눈망울을 껌벅이던 아이들이 사랑을 받고 행복하고 웃고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나니까 외면하기 힘들어지더라고요.”

첫 반려견 짱순이를 맞이한 뒤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만큼 아이들도 나이를 먹어 가고 있다. 강연재 팀장 부부는 은퇴 후, 먼 미래까지 꼼꼼하게 그려 내고 있다. 먼저 독채팬션과 반려견 운동장, 반려견 카페를 지은 뒤 나중에는 재단을 세울 계획이라고.

“저희는 자녀들한테 선언했어요. 나중에도 너희가 물려받을 몫은 없다고요(웃음). 그런데 다행히 막내딸이 저희만큼이나 아이들 케어에 관심이 많아요. 25살이니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할 때인데도 주말만 되면 저희 부부 쉬라고 집에서 아이들을 봐준다니까요. 제가 퇴직할 때까지는 남편이 좀 더 고생해 줘야 할 것 같고요(웃음). 저는 직장생활을 충실히 해나갈 거예요. 이후에는 남편만큼 아이들에게 올인해야겠죠.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우리 부부에게는 중요한 미션이에요.

아이들이 하루하루 나이 들수록 겁이 난다는 강연재 팀장. 하지만 그렇기에 하루하루를 더 행복하고 충만하게 보낼 것을 다짐한다. 반려동물을 만난 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그의 일상은 기쁨과 위로, 넘치는 행복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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