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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생각

메타버스,
의미와 미래

메타버스는 이제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가상공간쯤으로 이해하는 순간 오해는 시작된다. 이제는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알고,
메타버스가 변화시킬 미래에 대해 정확히 살펴봐야 할 때다.

writing. 이시한(성신여대 겸임교수, <메타버스의 시대> 저자)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부차적 공간이 아닌 새로운 유니버스

메타버스가 Meta와 (Uni)verse의 합성어로 된 단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 초월공간이라 번역이 되는데,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부캐가 사는 디지털 공간’쯤이다. 하지만 여기서 어긋나는 것이 바로 부캐라는 개념이다. 이것은 유니버스를 단순히 공간이라고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는 오해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가상공간이니까 현실과는 다른, 현실에서 부가된 또 하나의 공간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단순히 부차적인 공간이 아니다.
마블이 야심차게 제작한 영화 <스파이더맨 3>에서는 서로 다른 멀티버스에서 활동하던 스파이더맨 3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배우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을 맡기 전 스파이더맨을 연기했던 앤드류 가필드와 토비 맥과이어가 모두 모인 것이다. 그렇다면 퀴즈! 여기서 누가 진짜 스파이더맨일까? 마블에서는 톰 홀랜드가 메인이니까, 토비 맥과이어는 가짜 스파이더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멀티버스라는 것은 톰 홀랜드가 사는 세계만이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 역시 현실이기 때문에 ‘토비는 가짜’라고 말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유니버스에 속해 있기 때문에 3명의 스파이더맨들은 모두 진짜 스파이더맨인 것이다.
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메타버스 네이티브가 될 수 있는 열쇠다. 메타버스로 펼쳐지는 새로운 유니버스는 가상에 있는 부차적인 공간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하나의 유니버스라면, 디지털로 열리는 메타버스의 새로운 유니버스 역시 또 다른 현실이 되는 것이다.

독립성을 가지는 인간의 사회활동

마찬가지로 우리가 메타버스로 들어가서 설정하는 새로운 자아인 아바타는 ‘부캐’가 아닌 (메타버스라는 멀티버스에서는) ‘본캐’인 셈이다. 자신이 다섯 곳의 메타버스에 들어가서 각 메타버스에서 형성한 자신만의 정체성이 있다면, 그 다섯 가지 정체성 모두 자신의 ‘본캐’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버스 안에서는 자신의 아바타를 위해서 얼마든지 돈을 쓸 수 있다. 메타버스 안에서만 입을 수 있는 옷이지만, 현실의 내가 옷을 사듯이 그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에게 입힐 옷을 사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부캐’일 뿐이고 현실의 ‘본캐’와 비교하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바타의 옷을 사기 위해 사용하는 2,000원도 이해할 수 없을 테지만 메타버스 안에서의 아바타가 또 하나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 20만 원도 거뜬히 쓸 수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브랜드 옷을 사 다른 사람에게 뽐내고 싶은 마음이 메타버스 안에서도 똑같이 작동하니까 말이다.
옷을 사는 데만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아바타의 집, 땅, 자동차 등 메타버스 안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이 되고 자산이 된다. 바로 메타버스의 중요한 개념인 경제활동이 일어날 기본이 세워지는 것이다. 메타버스 안에서 자산이라는 개념과 그에 따른 거래가 성립하기 때문에 메타버스에서 활동을 하게 되면 경제적 수익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래서 메타버스에서 직업이 생기고, 프리랜서들이 생기고, 어엿한 사회가 형성되는 것이다.
메타버스 커머스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이 사람은 출근을 메타버스로 할 것이고, 직장 생활을 메타버스 안에서 하게 된다. 이 사람에게 메타버스는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보다 더 중요한 유니버스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회활동, 경제활동이 디지털화 되는 것이 메타버스인데, 이것이 현실을 보조하는 부차적인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성을 가지는 또 하나의 현실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메타버스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이해될 것이다.

인간의 사회활동, 경제활동이
디지털화 되는 것이
메타버스인데, 이것이 현실을
보조하는 부차적인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성을 가지는
또 하나의 현실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메타버스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이해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가져올 미래는?
국경과 국가를 초월한 글로벌화

메타버스가 우선적으로 적용될 비즈니스 분야로 교육, 관광, 문화, 재택근무, 커머스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의 변화를 예측할 때 기본적인 공통점은 글로벌화라는 것이다. 사실 메타버스는 공간을 초월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로컬과 글로벌의 구분이 없는 게 맞다. 중요한 것은 언어다. 공간의 장벽이 아닌 언어의 장벽 때문에 저절로 제한이 생기게 되는데, 통·번역 AI의 도입이 언어 장벽을 허물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통·번역 AI가 인간을 능가해서 상용화 될 것으로 예측되는 시기는 2025년 정도다. 다시 말하면 2025년에는 플랫폼 기술도 어느 정도 개발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국경과 국가를 초월한 메가월드가 메타버스상에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교육은 지식을 암기하기보다는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 위주로 바뀔 것이다. ‘삼각주가 어떤 것이다’라고 외우는 것이 아닌 메타버스상에서 낙동강이나 나일강 같은 삼각주에 가서 직접 보고, 체험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의 위치도 상관없어지므로 전주에 사는 사람이 하버드대에 다니는 것도 가능해진다. 영어를 몰라도 말이다. 물론 한국 안에서 지방대니 인서울이니 하는 대학 경쟁 자체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문화, 이벤트, 콘서트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대상으로 열린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알려진 <제페토>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팬 사인회에는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정도가 모여들었고, 배틀게임인 <포트나이트>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캇의 약 40분 공연은 200억 원 정도의 수익을 냈다. 규모 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K-POP스타들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연예기획사 같은 경우, 팬 기반 메타버스인 <위버스>를 운영하거나 <제페토>에 투자하는 식으로 메타버스나 NFT 등 관련 기술에 꽤나 진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 포럼이나 서밋들 같은 발표들도 기본적으로는 중계 장비를 갖추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믹스된 형태로 진행된다. 메타버스로 통합되면 훨씬 더 간편하게, 그리고 더 글로벌하게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인을 연결해 주는 확장된 미래

커머스의 경우는 메타버스가 되었을 때 파괴적인 변화를 보여 줄 대표적인 분야인데, 메타버스 내에서 상점을 개설하는 순간 그것은 곧 글로벌 영업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은 부산, 경남권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짜 왔지만, 만약 이 백화점이 메타버스에 구현되면 지역을 한정할 필요 없이 서울권이나 중국, 일본, 심지어 유럽이나 북미권까지 판매 대상을 확장할 수 있다. 물론 배송이나 물류비용을 생각해서 중국이나 일본 등의 나라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서울의 백화점과 지역적인 한계 없이 경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인터넷 쇼핑몰로는 구현하기 힘든, 친구와 같이 쇼핑을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쇼핑 경험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미 월마트 같은 경우 메타버스 쇼핑의 틀을 구축하여 공개하기도 했다.
금융의 경우는 이런 공간 제한성에서 훨씬 자유롭다. 거래가 일어나도 발생하는 물류가 없다. 기본적으로 전산상의 숫자만 고쳐 주면 되기 때문에 실제 현금이 국가를 초월해 이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메타버스가 구현되어 전 세계가 연결될 때 가장 치열하게 경쟁이 펼쳐질 곳이 금융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이 경쟁에 앞서게 되면 글로벌 규모의 부를 거머쥐게 되는 것도 금융이다. 각 나라의 통화들이 국가적으로 넘나들지만 여러 가지 제한이 많기 때문에 암호화폐가 탈중앙화된 거래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했는데, 은행권들이 바로 이 암호화폐와 메타버스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메타버스상의 디지털 가상자산이 본격적으로 인정되면 자산을 바탕으로 전개할 수 있는 금융 사업이 많아지기 때문에 영업 범위가 디지털 세계까지 늘어나게 된다. 한국 사람이 상하이 어느 은행에 고금리로 자산을 예치하고, 아르헨티나 사람이 서울의 은행에서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가상자산을 담보 잡고 대출받는 세상이 메타버스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의 경우는 이런 공간 제한성에서 훨씬 자유롭다. 그리고 메타버스상의 디지털 가상자산이 본격적으로 인정되면 자산을 바탕으로 전개할 수 있는 금융 사업이 많아지기 때문에 영업 범위가 디지털 세계까지 늘어나게 된다.

메타버스는 공간과 언어를 초월해서 전 세계인을 하나로 연결해 준다. 오로지 시간만 맞추면 우리는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고, 어디라도 갈 수 있다. 단순히 인구수만 계산해 봐도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관계의 크기를 150배 정도 확장시켜 주는 것이 메타버스가 만드는 미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창발적으로 파생되는 갖가지 경우의 수의 미래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그 무한에 가까운 확장과 가능성이 바로 메타버스가 가지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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