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with IBK
IBK업글人

빛나는 발상으로

제품에 숨을 불어넣다

무엇이든 쓰레기라 부르는 것은 쉽지만 쓰레기로 버리는 순간 지구가 입는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잠시 발상을 전환하면, 우리가 사용한 제품들은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까지 가능하게 된다.
일상 속 참신한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로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있는 이가 있으니, 그는 기업고객그룹 채선미 대리다.
*<with IBK> 4월호의 모든 촬영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했습니다.

writing. 임산하 photograph. 김범기

기업고객그룹
채선미 대리
이제는 습관이 된 업사이클링

애석하게도 세상 모든 것은 그대로 보존되지 않는다. 보존(保存)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것처럼 지켜야만 그 자리에 남는다. 환경도 마찬가지다. 늘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가 자라는 동안 환경은 수없이 많이 변화해 왔다. 다만 그 변화 속에는 언제나 파괴가 동반되었다.
환경 보호는 우리 모두의 의무다. 지구의 온도가 빠르게 오르고있는 지금,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경을 위한 실천이다. 실천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언제나 마음이 우선이다. 그리고 여기 진심이 담긴 행동으로 내일의 환경을 지키는 이가 있다. 그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고수 기업고객그룹 채선미 대리다.

“업사이클링이라고 명명하기에는 부끄러운 제품들입니다. 평소 정리정돈에 관심이 많은데, 종이 상자를 이용해 수납함이나 진열함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은 제게 습관과도 같은 일이에요. 버려지는 종이나 박스를 보면 잠시 모아 두는 것이 일상이거든요(웃음).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미하면 색다른 제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채선미 대리는 별거 아닌 일이라 말하지만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업사이클링이다.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본래 제품의 기능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킴으로서 가치를 부여하는 것. 채선미 대리가 이처럼 익숙하게 업사이클링을 실천하게 된 시작은 언제였을까.

“대학생 때 자원봉사활동을 하다가 폐현수막으로 에코백을 만드는 체험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그냥 두면 버려졌을 폐현수막이 에코백으로 변신하는 게 신기했던 기억이 납 니다. 그 에코백을 굉장히 오랫동안 사용했어요. 오히려 재활용 제품이니 더 편하게 사용하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업사이클링 제품이어서 더욱 편한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그. 활용도 높은 에코백은 수많은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을 줄여주었고, 그렇게 채선미 대리는 자연스레 환경에 기여하게 되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내공

업사이클링의 장점을 체감한 것은 채선미 대리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그에게 손재주가 없었더라면, 계속해서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어릴 때부터 종이를 접고, 가위로 자르고, 풀칠을 하며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어떤 제품을 만들 때 모양을 잡고 완성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재봉틀은 직진이 제일 편해요.(웃음)”

그는 겸손하게 말하지만 주체적으로 일상 속에서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스스로 만들어 낸 제품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그에게는 새활용 내공이 쌓이게 되었다.

“자주색 에코백은 어머니 재킷을 이용해서 만든 거예요. 이제는 작아서 입지 못하는 옷이에요. 우선 팔 부분을 자른 뒤 다리미로 펴고 마름질해서 바느질을 했어요. 똑같은 방법으로 하나를 더 만들어서 쌍둥이 에코백을 만들었습니다. 통장케이스는 넥타이를 이용했어요. 넥타이를 분해해서 밑단의 세모 모양은 여닫는 용도로 활용했어요.”

제품을 용기 있게 자르고 재단하고 바느질하는 과정이 없다면 채선미 대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과감하게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에게는 주저함이 없다. 또다시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으니 이제 충분히 사용하는 일만 남았다.

“에코백은 집에 걸어두면서 쓰면 어떨까 해요. 가령 부득이하게 따라온 일회용 비닐봉지들을 접어서 넣어 두면 나중에 한 번 더 활용하기에도 편리하겠죠? 그리고 에코백을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반려동물 산책용 가방으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필요하시다면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추천해요.”

그 역시 업사이클링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도안을 바탕으로 도장집을 제작하였다. 이는 과자 상자로 만든 것이다. 채선미 대리의 말대로 직접 찾아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업사이클링을 하고 싶지만 주저하게 된다면 종이접기 단계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것이 좋아요. 우유갑을 이용한 연필꽂이는 어떨까요? 그 다음으로 추천해 드리는 건 페트병 뚜껑으로 만드는 밀봉클립인데, 머리 부분만 자르면 완성이에요. 뚜껑을 열고 과자봉지 등의 비닐을 통과시켜 준 뒤 뒤집어서 뚜껑을 잠그면 완벽하게 밀봉이 돼요.”

업사이클링의 결과물이 대단한 멋을 갖출 필요는 없다. 바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새롭게 활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

취미가 환경을 위한 실천이 되다

매번 용감하게 업사이클링에 도전하는 채선미 대리에게도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몇 번의 실패로 현재 개선점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컵받침이다.

“제가 입고 있는 가디건과 같은 재질을 이용해서 컵받침을 만들고 싶은데, 아직은 완성하지 못했어요. 조직감이 돋보이는 트위드 컵받침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입니다.”

채선미 대리의 눈이 반짝인다. 금방이라도 목표를 이룰 것만 같다. 혹시 지금 이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채선미 대리에게 업사이클링은 시간을 활용한 취미이기도 하지만 환경을 염려하는 실천이기도 하기에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업사이클링의 시작은 폐현수막을 이용한 에코백 제작이었지만 나아가 환경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는 헌옷으로 된 강이 있을 정도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어요. 그때부터 플라스틱도 덜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즉각적인 트렌드를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되고 빠르게 소비되는 패션을 뜻한다. 현대 패션산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환경 오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더욱이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이 필요하다. 더불어 제로 웨이스트 실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으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텀블러 사용이에요. 그리고 버려지는 종이를 활용해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죠. 무조건 버리기보다는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을 활용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함께 실천하면 지구가 덜 아프지 않을까요?”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나오는 쓰레기는 어마어마하다. 다만 이를 쓰레기로 보지 않고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말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쓰레기를 쓰레기라 부르지 않을 때 변화는 찾아온다.
그때 비로소 지구는 꽃으로 물들 것이다.

Copyright 2015. IBK(INDUSTRIAL BANK OF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