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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선율
    잊히지 않는
    음악

    • 임산하
  • 음악을 들으면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마음에 툭 떨어지는 때가 있다. 멜로디가 웅장해서도 비감에만 젖어서도 아니다. 언제 들었나 떠올려 보면, 아득한 기억 속에 있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지 모른다. 가슴으로 기억하는 영화 속 클래식. 오늘은 그 음악의 제목을 정확히 입력하여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
제자리를 찾은 왈츠 2번

개봉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속 태희(이은주 분)와 인우(이병헌 분)의 황혼 속 왈츠 장면을 기억하는 관객은 많을 것이다. 해 질 녘 둘의 실루엣이 점점 걸음을 맞춰 가는 장면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에 나온 뒤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익숙한 클래식이 되었지만, 한국에서는 <번지점프를 하다> 속 음악으로 더욱 각인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쇼스타코비치는 1975년에 사망한 작곡가로 꽤 현대의 작곡가다. 20세기 초반 소련에서는 대중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장르로 꼽혔던 재즈가 인기였으며, 이 곡은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의 8개 곡 중 왈츠 2번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1999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분실됐던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의 원곡이 발견되면서 ‘왈츠 2번’은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중 하나로 제자리를 찾게 된다. ‘제자리’를 찾았다는 곡의 일화가 영화의 분위기를 또 한 번 떠오르게 한다.

따뜻한 봄날, 사랑의 기쁨

영화 <봄날은 간다> 속 은수(이영애 분)의 허밍을 기억하는가. 독일 출생 프랑스의 작곡가 장 폴 에지드 마르티니(1741~1816)의 가곡이자 불후의 명곡이 된 ‘사랑의 기쁨’이다. 그의 일생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으나, 파리의 궁정 음악가로 활동했으며 나폴레옹의 결혼식을 위해서도 작품을 썼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 마지막 이별 장면에 다시금 연주되는 이 곡은, ‘사랑의 기쁨은 순간이지만 사랑이 남긴 아픔은 영원하다.’라는 노랫말을 품고 있다. 벚꽃이 흐드러진 봄날, 상우(유지태 분)의 뒤로 뿌옇게 멀어져 가는 은수(이영애 분). ‘사랑의 기쁨’이라는 곡이 담고 있는 반어의 의미는 길게 이어지는 둘의 헤어짐에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봄날. 햇볕은 떨어지는 꽃잎에, 청명하게 피어난 잎사귀에, 그리고 옛 추억에 머문다. 봄의 아련한 따사로움을 즐기기에 이 곡만 한 게 또 있을까.

  • CINE MUSIC
  • Dmitrii Shostakovich-Suite for Variety Orchestra 中 Waltz no.2 영화 <끝까지 간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벨소리로도 등장한 바 있다.
  • Jean Paul Egide Martini-Plaisir d’amour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에서는 피아노 연주곡으로, <그놈이 그놈이다>에서는 오르골 소리로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