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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

    바이든 대통령
    VS
    시진핑 국가주석 총력전

    • 글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 미국과 중국의 6G(6세대 이동통신)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패권 전쟁이 치열하다. 중국 정부는 이미 세계 최초로 6G용 인공위성 톈옌-5호 발사에 성공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6G 개발을 위해 첨단 기술의 R&D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여 자국의 첨단 기술 산업을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6G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패권 전쟁

미국과 중국이 10년 앞을 내다보고 벌써부터 6G(6세대 이동통신)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패권 전쟁을 시작했다. 6G는 100GHz 이상 초고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5G보다 50배 빠른 전송속도와 10배 빠른 반응속도 등을 지원하는 차세대 이동통신을 말한다.
중국은 2020년 11월 7일 산시성 타이위안 우주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6G용 인공위성인 톈옌-5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정부는 이 위성을 통해 스마트시티, 농업, 임업, 재난 모니터링 등의 분야에서 6G통신을 시험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보다 빠르게 6G용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것은 5G와 마찬가지로 6G에서도 미국을 앞서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6G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통신표준 개발업체인 통신산업솔루션연합(ATIS)은 지난해 10월 ‘넥스트 G 연합체(Next G Alli-ance)’를 출범시켰다. 이 연합체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버라이즌, 퀄컴, 구글, AT&T 등 쟁쟁한 미국 테크 기업들은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와 스웨덴의 에릭슨도 참여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략은 우선 자국의 첨단 기술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양자·고성능컴퓨팅, 5G·6G, 신소재, 청정에너지,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R&D) 분야에 4년간 3000억 달러(약 340조 원)를 투입하겠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최우선 투자(investing in America first) 정책으로 중국과 필사적으로 싸울 계획” 이라면서 “미국의 공장에서, 미국인 노동자가 만든 첨단 제품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가 첨단 기술의 R&D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려는 이유는 자국의 스타트 업과 테크 기업들을 육성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이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전할수록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 반도체 동맹 구축을 위한 노력

바이든 정부의 전략 중 하나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 사슬(GVC: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도전이 거센 AI, 반도체, 5G 등의 분야에서 동맹국들과 연대해 글로벌 가치사슬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이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구축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설계 분야는 최강이지만 생산능력은 취약한 것이 문제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전 세계의 12%에 불과하다. 퀄컴·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기업이 대부분이고, 생산은 대만·한국 등 외국기업들에게 맡기고 있다.
반면 중국의 반도체 생산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은 이미 15%로 미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의 점유율은 10년 후 24%로 증가해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때문에 미국으로선 대만, 한국 등과 반도체 동맹을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 반도체 업체들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 간에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등 일종의 ‘반도체 동맹’을 맺을 경우 중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TSMC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고 인텔 등 미국 반도체업체들과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TSMC는 오는 2024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3조 2500억 원) 규모의 5nm(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의 반도체 전문지 세미컨덕터 엔지니어링은 “최첨단 반도체 기술은 스텔스 전투기나 항공관제, 유도 미사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한국, 대만 등과 함께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대중(對中)제재 조치 강화 전략

바이든 정부의 또 다른 전략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와 기술이전 강요 등을 저지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재들을 유입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한 기고문(2020년 3/4월호)에서 “중국을 엄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며 “중국을 가만히 둔다면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계속 훔쳐갈 것이고, 정부 보조금을 통한 불공정 게임을 일삼으며 미래 기술과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시절인 지난해 9월 미네소타주 선거 유세에서 “ 중국 기술 분야의 위협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의 장비 사용 금지를 지지한다.”며 미국 기술을 도용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제재 방안 모색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의 조사를 통해 중국의 기술 절도 등을 면밀히 조사해 국내법과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강력한 보복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USTR 대표에 대만계인 캐서린 타이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수석 자문위원을 발탁했다. 부모가 모두 대만 출신 이민자인 타이는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나 워싱턴DC에서 성장해 예일대를 졸업하고 중국 광저우의 중산대학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법학박사를 받은 후 2007년부터 2014년까지 USTR에서 근무하며 WTO에서 중국과의 분쟁 사건을 담당하는 등 중국전문 변호사로 일해 왔다. 특히 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그는 지식재산권 침해와 농산물, 가전기기의 수출 보조금, 광물의 수출규제에 관한 협약 위반 등으로 중국을 WTO에 수차례 제소한 적이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특정 분야에 대한 제재 조치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새로운 기술 표준을 내세워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봉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세계의 기술 표준은 미국과 서방 및 중국으로 양분될 수도 있다. 폴 트리올로 유라시아그룹 기술정책 분석가는 “바이든 정부는 첨단 기술과 기초기술 분야에서 통제할 분야를 보다 명확히 할 것이며, AI와 양자 컴퓨팅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보다 더 적은 기술을 통제하더라도 반드시 보호해야 할 기술에는 더 높은 장벽을 쌓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자립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

중국 정부도 7대 신(新)인프라로 꼽히는 5G, AI, 빅데이터 센터, 산업 인터넷, 특고압송전설비(UHV), 광역철도망, 친환경차 충전시설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과학기술과 관련해 “국가의 미래가 과학기술 혁신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중국은 첨단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반도체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결정했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야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첨단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제 산업 표준을 선점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표준 2035’를 발표할 계획이다. ‘중국표준 2035’는 첨단 기술 개발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에 이은 다음 단계로, 첨단 기술의 국제 산업 표준을 확보하는 계획을 말한다. 말 그대로 첨단 기술의 표준을 중국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미·중의 기술 패권 전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나라가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