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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담다

프라하를 닮은 안동
수수하게 반짝이다

가을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안동에는 사적지와 명승지가 가득하다.
오랜 시간 천천히 이룩해 온 안동만의 문화에는 내세우지 않는 잔잔함이 물결친다.

writing. 편집실

과거로의 여행지 안동 하회마을
우아하게 퍼지는 가을의 정취, 월영교

안동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제격인 곳이라 꼽는다면 단연 월영교(月映橋)를 들 수 있다. 체코 프라하에 카를교가 있다면 안동에는 월영교가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분명 두 다리의 겉모습은 다르지만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똑 닮았다. 그 매력은 해가 저물었을 때 비로소 피어오른다. ‘달이 비치는 다리’라는 낭만적인 이름처럼 월영교는 저녁이 되면 낙동강 물결을 따라 그만의 빛을 퍼뜨리는데,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정한 우아함은 밤이 되어도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생각이 든다. 월영교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사별한 남편을 그리며 머리카락으로 미투리(삼이나 노 따위로 짚신처럼 삼은 신) 한 켤레를 만들었던 아내의 사랑을 기리고자, 미투리 모양을 담아 다리를 지은 것이다. 다리에 그들의 마음을 담았으니 빛나지 않을 도리는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로 꼽히는 월영교의 가운데에는 월영정(月映亭)이 있는데, 새벽녘 이 정자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잠시 신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낭만적으로 빛나는 월영교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하회마을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에서 과거로의 여행에 흠뻑 빠졌다면, 안동에서는 하회마을에서 과거와 만날 수 있다. 풍산류씨 가문이 600여 년의 세월을 대대로 살아오며 당시의 역사를 그대로 보존해 온 하회마을. 우리나라 전통 유교문화는 물론 당대 기와집과 초가집이 여전히 남아 있어 현대의 우리가 과거를 선명하게 마주 하는 시간을 건네받는 이곳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만큼 우리 모두에게 귀중한 문화유적지다.
하회(河回)라는 이름은 낙동강이 마을 주변을 휘돌아 간다고 하여 지어졌는데, 낙동강이 흐르는 건너편 부용대를 올라보지 않고는 하회마을을 가 봤다고 할 수 없다. 북쪽 언덕이라는 뜻의 부용대는 해발 64m로 태백산맥 줄기의 끝부분에 해당하는 절벽이다. 이곳에 오르면 하회마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심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탁 트인 마을의 모습에 바다를 보는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공간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 하회마을의 골목
  • 가을이 내려앉은 도산서원
한 폭의 그림, 절경을 품은 병산서원

안동에도 여행자를 산책자로 만들어 주는 곳이 있다. 바로 서원이다. 그런데 서원은 선비들이 학문을 강론하던 곳인데 이곳에서 산책을 한다는 게 의아할지 모른다. 서원은 선비들이 학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공간을 세심하게 지었으며,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도록 자연의 자리를 넘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후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산책로가 되어 준다. 그리고 산책 중에 마주하는 풍경은 과연 절경 그 자체다.
먼저 병산서원을 가 보도록 하자. 병산서원은 특히 한국 최고의 고건축물로 꼽히는 곳으로, 입구인 복례문을 지나면 작은 연못인 광영지가 우리를 반기는데 그 뒤로는 만대루가 웅장하게 서 있다. 보물로 지정된 만대루에 오를 수는 없지만 잠시 그 아래에서 주변의 자연을 감상하는 것은 자유다. 돌계단을 올라 마침내 뒤를 돌아보면 병산과 낙동강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입구인 복례문이 보이는 병산서원
보물로 지정된 만대루
화려하게 빛나는 무채색의 도산서원

다음은 도산서원이다. 도산서원은 우리에게 익숙한데 사적지로서도 명성이 자자하지만, 천원 구권의 뒷면을 오래도록 장식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도산서원은 크게 도산서당과 도산서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도산서당은 퇴계 이황 선생이 생전에 창건한 건물이며 도산서원은 사후에 그의 뜻을 본받아 추증한 건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도산서당과 도산서원은 모두 하나의 건축물로서 융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도산서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려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일루의 화려함 없이 검소하게 지은 건축물을 둘러보며 거닐다 보면 무채색의 건물들 너머를 채색하고 있는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인공의 힘으로는 결코 따라할 수 없는 빛깔이다. 그런데 이에 감격하기는 이르다. 더 위로 오르면 기와지붕과 돌계단 그리고 계절을 알리는 나무들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수수하지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멋을 이루어 낸 도산서원. 이는 어쩌면 안동을 은유하는 것만 같다. 소박하게 눈부신 안동. 겉을 치장하기보다는 내면을 빛으로 채운 안동은 더 먼 미래에서도 여전히 찬란할 것이다.

전통이 숨 쉬는 하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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