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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IBK
피플

‘숏박스’의 김원훈과 조진세가 만드는
빈틈없는 스케치
독보적인 코미디

구독자 190여만 명, 콘텐츠 누적 조회 수 약 2억 뷰.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의 절대강자 숏박스의 위세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 숏박스의 인기는 결코 단숨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해맑게 웃는 숏박스의 주역 김원훈과 조진세에게는 코미디를 향한 열망 하나로 버틴 시간이 있었다.
*<with IBK> 7월호의 모든 촬영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했습니다.

writing. 임산하 photograph. 김범기



이미지 출처_숏박스, (위에서부터) <장기연애>, <찐남매>

코미디를 향한 꾸밈없는 진심

우리는 지금 변화와 진심이 맞물려 나아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시시각각 유행하는 SNS 플랫폼은 달라지지만 타인과의 소통을 향한 애정은 늘 그대로다. 그래서 SNS를 대할 때에는 언제나 진실한 진심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밀도는 다를지라도 마음은 동일하다. 여기서 우리는 SNS의 머리글자가 사회를 뜻하는 ‘Social’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SNS는 하나의 공간일뿐 중심을 이루는 것은 사람이다. SNS는 결국 사람이 사람을 향해 가는 창구다. 그리고 그 길목에는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숏박스’ 채널의 ‘스케치코미디’ 영상이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코미디언 김원훈과 조진세의 힘이다.
숏박스는 짧은 ‘스케치코미디’ 영상을 박스 안에 담는다는 의미다. 박스에는 정량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것이든 담을 수 있지만, 김원훈은 숏박스가 주목하는 테마는 언제나 ‘공감’이라고 말한다. “외국 유명 듀오인 ‘키 앤 필’의 스케치코미디가 주는 감성을 한국화한 것이 숏박스 채널의 시작이었어요. 남자 둘, 짧은 영상 그리고 과하지 않은 연기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죠.”
대화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게 되는 스포일러를 표현한 <스포일러>를 시작으로, 알 듯 말 듯한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오랜만이네>, 극단으로 치닫는 의미 없는 밸런스 게임을 계속하는 <사귀어 안 사귀어> 등 공감을 불러오는 영상들은 한 번 보면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숏박스의 첫출발은 그리 창대하지 않았다.
“그 전에 김원훈 형과 ‘우낌표’ 채널을 함께했는데 구독자 대비 조회 수가 잘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다 개그의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판단했고, 숏박스는 반년 정도 해 보고 아니면 다른 길로 가야겠다는 각오로 다시 도전한 것이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상황은 비슷했죠.” 그러나 당시를 회상하던 조진세가 덧붙인다. “그렇지만 잘 안됐던 것이 되레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김원훈과 조진세는 KBS 공채 코미디언 출신인데,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코미디 무대는 사라지고 설상가상으로 우낌표 채널에도 빛이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저희에게는 벌이가 필요했어요.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니까요.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며 더 똘똘 뭉쳤죠.” 김원훈은 둘 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개그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시간을 버틴 것은 김원훈과 조진세 자신이다. 이들의 진실된 마음은 본인들의 꾸밈없는 진심이 무엇인지를 더 정확히 알려 주었다. 이것이 바로 ‘동력’이 된 셈이다.



이미지 출처_숏박스, (위에서부터) <치과>, <스포일러>, <오징어게임>

세밀하게 연구하고 완벽하게 연기하다

오늘의 숏박스를 만든 콘텐츠에서 <장기연애> 시리즈를 빼놓을 수는 없다. 숏박스의 객원멤버로 활동하는 코미디언 엄지윤과 함께하면서 혼성이라는 장점을 살린 것이 인기의 바탕이 되었다.
“예상했듯 숏박스 영상도 조회 수는 아래에 머물러 있었어요. 그러다 반복적인 코미디에서 탈피하고자 뉴페이스를 찾았고, 때마침 지윤이가 흔쾌히 도와줬어요. 지윤이는 저희 후배인데 재능이 많은 친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지윤이가 정말 복덩이죠.”
엄지윤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고마움을 전하는 김원훈과 조진세. 그런데 이들이 쌓아 온 역량이 없었다면 <장기연애> 시리즈의 폭발적인 인기가 숏박스 흥행에 불을 댕기는 것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단단한 기반은 구독자를 끌어 당겼고, 지금의 영광을 만들었다.
“<장기연애>가 사랑을 받으면서 일상적인 콘텐츠와 현실적인 디테일에 더욱 집중했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이 된다’고 이야기해 주셨고, 그래서 ‘초 디테일’에 주목했죠.”
김원훈의 곁에서 조진세가 말을 잇는다. “어떤 순간이든 최대한 디테일하게 묘사하려고 해요. 실제로 <치과> 편에서는 환자로 갔을 때 느꼈던 것들,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을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마지막에 입을 헹굴 때에는 마취로 인해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현장에 치과의사분이 계셨는데, 신경 치료때 피가 나는 것을 살리고자 그 자리에서 스케일링도 받았어요. 아쉽게도 피가 조금밖에 나지 않았지만요.”
피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시기상으로 스케일링을 안 받은지 오래되기도 했어요.”라며 웃어 보이지만, 진짜 피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기에 리얼함을 살리고자 했던 열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김원훈 또한 <치과> 편에서 친절하면서도 건조하고,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치과의사를 표현해 내었다. “어떤 캐릭터든지 먼저 연구하는 것을 잊지 않아요. 특히 경험해 보지 않은 직업군이라면 보통 어떤 용어를 사용하고, 익숙하게 쓰는 말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조사하죠.”
김원훈의 연구는 ‘먹방’에도 이어진다. 숏박스 구독자들은 김원훈의 먹방에 ‘식욕을 돋는다’고 할 정도인데, 그에게는 실은 반전이 있다.
“제가 입이 굉장히 짧고 식탐이 없는 편이에요. <장기연애> 첫 번째 편을 촬영할 때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는 중에 진세가 최대한 게걸스럽게 먹어 보라고 조언을 해 줬어요. 평소 식습관과 다르게 먹어서 촬영 후에는 속이 더부룩하기도 하는데, 많은 분들이 먹방을 좋아해 주셔서 어떻게 하면 더 맛있어 보일지 고민하고 공부해요.”
약 190만 명이 숏박스 채널의 구독 버튼을 누르게 한 것은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발전을 위해 숙고하는 노력이었다.

성장을 향해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가다

숏박스 영상 댓글에는 ‘제대로 된 현실고증’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일상 공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애드리브가 아닐까 싶을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가 실제 상황인 듯한 느낌을 주는데, 놀라운 것은 김원훈과 조진세는 기획 단계에서 100% 대본화를 한다는 점이다. 현장에 따라 재밌을 것 같은 요소를 살릴 때에는 촬영 전에 정확히 약속한 뒤 담는다. 현장은 언제나 미숙하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탄탄하게 갖춰 둔 바탕이 있기에 이들에게는 흔들림이 없다. 이는 내면에 농밀한 힘을 가진 자의 자신감인지도 모른다.
“사실 저희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개그콘서트> 덕에 대본을 짜고 대사를 치는 방법을 배웠고, 우낌표 채널을 운영하면서는 패러디, 콩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콘텐츠별 편집법을 공부하며 실제로 편집도 다루었죠. 한 계단씩 잘 밟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니 그 모든 것이 귀한 자산이었다는 이들. 긴 시간 고된 현실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았던 자세가 숏박스의 근간이 되어 주었고, 이 역량은 훌륭한 ‘크리에이터’가 되는 방향을 잡아 주었다. “인지도 없는 개그맨이어서 다행이었어요.”라고 조진세가 농담을 건네지만, ‘인지도 높은 개그맨’이 되었음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성취가 ‘인지도’와는 관련이 없었음을 반증한다.
이제 숏박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잔잔하게 사람 사는 얘기를 담아 보고 싶어요. 사람 냄새 나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꿈입니다.”라며 싱긋 미소 짓는 조진세와 “코미디언들과 함께 가족, 연애, 신파가 있는 2시간 이상 러닝타임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라며 눈을 반짝이는 김원훈.
명실상부한 크리에이터로서 진한 공감과 재미를 전하는 숏박스 팀. 자신의 기량을 믿는 확신과 타인의 마음을 읽는 몰입의 균형이 숏박스의 다음 편을 계속해서 기대하게 한다.

돌이켜 보니 그 모든 것이
귀한 자산이었다는 이들.
긴 시간 고된 현실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았던 자세가
숏박스의 근간이 되어 주었고,
이 역량은 훌륭한
‘크리에이터’가 되는 방향을
잡아 주었다.


이미지 출처_숏박스, (위에서부터) <기자들>, <장기연애-여행계획>, <장기연애-병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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