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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자기 물레 체험

    부드러운 집중력으로
    도자기에 마음을 담다

    • 임산하 사진 김범기
  • 물레를 이용한 도자기 성형(成形)에는 섬세함과 신중함이 필수다. 이때 집중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작품을 향한 애정이다. 점토보다 부드럽고, 가마보다 뜨거운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어 낸 IBK人들. 두 가족이 함께 담아낸 마음의 결과물이 궁금하다. * <with IBK> 11월호에 관련된 모든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하였습니다.
단단한 열의를 담아 모인 IBK人들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가 지나고, 가을을 보내 주어야 하는 때가 다가오던 날. 해가 자취를 감춘 가랑비 내리는 날씨에도 밝은 얼굴로 도자기 물레 체험을 위해 IBK人들이 모였다. 이번 체험에는 단란한 두 가족이 함께했다. 첫 주인공은 부산지역본부 조성신 차장의 가족이다. 아빠 손을 꼭 붙잡고 온 6살 하민이, 3살 하원이, 그리고 엄마 품에서 잠든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하영이. “아이들과 물레 체험 영상도 보고, 블로그도 찾아보고 왔습니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친 조성신 차장은 금세 자녀들과 눈을 맞추며 “우리 재밌게 만들자!” 하고 힘차게 약속을 한다.
다음으로 김해진영지점의 김예린 대리와 그의 남편이 공방 문을 연다. 오순도순 들어온 그들은 “복덩이를 위한 그릇을 만들려고 합니다.”라며 밝게 웃는다. ‘복덩이’는 김예린 대리 배 속의 아이 태명이다. 내년 5월, 품에 안을 아이를 위해 김예린 대리는 간식 그릇이나 컵, 그의 남편은 이유식 그릇을 만들겠다고 한다. 오늘의 해는, 가랑비 때문이 아니라 IBK人의 열의에 부끄러워 잠시 자리를 비운 게 아닌가 싶다.

차근차근 연습하며 익히는 물레

IBK人들이 모인 곳은 부산 기장군의 수걸도예다. 이곳은 도예가 전수걸 명장의 작업실이자 도예 솜씨를 뽐내고 싶은 이들을 환영하는 공방이다. 물레 체험에서는 인당 3개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진짜 도자기’로 제작할 작품을 선택하면 된다.
김예린 대리와 그의 남편, 그리고 조성신 차장의 아들 하민이가 각자 물레 앞에 자리를 잡았다. 나머지 한 대의 물레 앞에는 하원이와 엄마가 함께 앉았다. 우선 선생님의 지도하에 페달을 밟으며 물레 돌리는 연습을 시작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속도 조절이다. 자칫 세게 밟으면 물레 위의 점토가 중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페달을 밟는 감을 익히는 동시에 손바닥으로 점토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부드럽게 반죽한다. 이는 흙 속의 기포를 없애고 흙의 결을 바르게 하는 작업으로, 꼼꼼히 하지 않으면 가마에 굽는 소성 과정에서 도자기가 갈라지거나 깨질 수 있다. 반죽하는 동안 흙에 귀를 대 보면 기포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중요하지 않은 과정은 결코 없다. 급하게 해서는 안 된다. 차근차근 다듬어진 흙이어야 고온의 가마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킬 수 있다.

개성을 담아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다

물레 위에서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물레 성형(成形)이라 부른다. 물레의 회전력을 바탕으로 나만의 모양을 잡아 가는 것이다. IBK人 모두 신중히 물레 앞에서 집중력을 발휘한다. “흙이 부드러워서 촉감이 좋네요.”라며 즐겁게 연습에 임하던 김예린 대리. 그는 “복덩이를 위한 간식 그릇으로 샐러드 볼처럼 넓게 만들어 볼까 합니다.”라며 흙 위에 손가락을 넣어 구멍을 넓히더니 금세 모양을 잡는다. 그의 남편은 밥그릇 형태로 모양을 만든다. 물레 위에서 점토를 오므리거나 당기거나 할 수 있는데, 당기면 당길수록 그릇 모양이 나온다. 그것이 신기한지 김예린 대리와 남편은 작업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엄마의 무릎 위에 앉아 함께 작업하던 하원이는 고사리손으로 점토를 만지고 다듬으며 접시를 만들어 낸다. 중간중간 손이 마를 때마다 물을 묻히는 것도 잊지 않는 하원이. 그리고 하원이의 옆에는 톡톡히 자신의 역할을 해 내는 형 하민이가 있다. 하민이는 누구보다 조용하고 신중하게 널찍한 그릇을 만들어 내고, 그 모습을 조성신 차장이 뒤에서 다정히 지켜본다. 조성신 차장은 “그렇지, 손으로 누르면서. 우리 하민이 잘한다.”라고 응원하며 하민이가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다.

도자기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그림들

물레 위에서 모양을 잡은 도자기는 손으로 바로 떼어서는 안 된다. 하단에 나무칼을 45° 각도로 대어 홈을 만든 뒤 끈이나 와이어 등을 이용해 수평으로 잘라 낸다. 다음으로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벌려 들어 올려야 한다. 조심히, 약하게. 고온의 가마에 들어가기 전까지 도자기는 연약하다. 작은 힘에도 모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성신 차장이 하민이를 응원하고, 그의 아내가 하원이와 손을 맞잡으며 접시를 만들고, 김예린 대리와 남편이 배 속의 ‘복덩이’를 위해 그릇 선물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아직 세상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배려와 사랑이 필요한 것처럼 이제 막 모양을 갖춘 도자기에도 애정을 건네야 한다. 드디어 운두가 높은 그릇이나 널찍한 접시, 양손에 착 감기는 머그컵까지 다양한 개성을 뽐낸 작품들이 모인다. IBK人들은 각자 고른 작품에 그림이나 이니셜 등을 새긴다. 김예린 대리는 하트 모양 아래에 KIM’S를 적는다. “저희 남편 이름이 김범호예요. 복덩이까지 우리 모두 김씨 패밀리니까, ‘KIM’S’ 라고 적었습니다.” 그의 남편은 머리카락이 조금 난 아기 얼굴을 그린다. 복덩이와 만날 날을 기다리는 그의 얼굴에 환한 빛이 번진다. 이어 ‘福’을 적으며 이 그릇이 다른 누구도 아닌 복덩이의 것임을 새긴다. 형 하민이와 동생 하원이도 각자의 작품에 그림을 그린다. 하민이는 큰 별을 중심으로 하트를 그리는데, 마치 밝고 사랑이 넘치는 조성신 차장 가족의 모습을 묘사한 것만 같다. 그리고 도자기를 빚는 내내 ‘바나나 그릇’ 을 만들 것이라 말하던 하원이는 바나나를 닮은 선을 다양하게 그린다. 초현실주의 미술가 탄생의 순간이다.

섬세한 작업 뒤 견고하게 완성될 도자기

모양이 완성된 도자기는 이제 700℃가 넘는 가마에서 초벌 소성한 뒤 일상생활에서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유약을 발라 말린다. 이어 1250℃의 가마에서 재벌 소성을 한다. 이 과정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물레 위에서 열심히 만들어 낸 도자기가 고온을 잘 견뎌 주길 바라야 하지만 각자 섬세하게 작업한 만큼 예쁘게 완성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열정을 다한 IBK人들의 마음은 어떨까. 김예린 대리는 “예전에 제주도에서 흙가래를 쌓아 올리는 도자기 체험을 남편과 함께한 적이 있어요. 오늘 그때 생각이 많이 났는데, 새로운 추억을 하나 더 새길 수 있었네요. 복덩이를 위해 저희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뜻깊었습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조성신 차장은 “하민이와 하원이가 만든 접시가 완성되면 직접 찾으러 올까 합니다. 그때는 하민이, 하원이 친구들과 함께 오려고요. 아이들에게도 제게도 좋은 날을 선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아이들의 머리를 쓸어 준다. 하민이와 하원이는 아빠의 곁에서 수줍게 웃는다. 도자기는 구워지는 동안 수분이 날아가 20% 정도 줄어든다. 다만 그것을 작아진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더 응축되며 단단해지는 셈이다. 용감히 불을 견디고, 과감히 자신을 도련하는 도자기는 매 순간 용기 있고, 결단력 있는 자세를 보여 주는 IBK人들과 무척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