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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계 IT 전문가,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

    타인을 위해 자신을 쏟다

    • 임산하
    • 사진 김범기
  •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는 언제나 변화를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변화 앞에 주저함이 없고 배움을 망설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쌓아온 것들을 아낌없이 건넨다. 그렇게 다른 이에게 따뜻한 변화를 선물한다. * <with IBK> 11월호에 관련된 모든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하였습니다.
  • 음악 편지 사용 방법 음악 편지 사용 방법
  • 밤나무 검사의 음악 편지(웹용) 밤나무 검사의 음악 편지(웹용)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전자책을 만들다

33년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강민구 부장판사(이하 강민구 판사)는 상록수와 닮았다. 자리를 바르게 지키면서도, 시원한 그늘을 내어 주고 사그락사그락 귀를 간질이는 잎의 소리를 들려준다. 그렇게 모두에게 사시사철 푸른 마음을 건넨다.
2017년 ‘IBK금융그룹 임직원 조찬회’에서 법원도서관 관장으로서 건강한 지식을 선물했던 강민구 판사.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한 유쾌하고도 탄탄한 강의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래서 그와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법원도서관 관장이 아닌 책의 편집자로서. 그가 편집한 책의 제목은 <밤나무 검사의 음악 편지-외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음악 여행>이다. 이 책은 송종의 전 법제처장이 15년 전 미국에 있는 손녀들에게 보냈던 편지를 엮은 것으로, 클래식 음악의 해설 아래 인문, 지리, 역사 등의 교양이 총망라되어 있다. 가히 손녀를 향한 외할아버지 사랑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편지에 오롯이 담긴 사랑은 강민구 판사에 의해 모두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날짜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22일, 이 편지들을 읽으니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이 소중한 편지가 분절된 채로 하드디스크 안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송종의 전 법제처장님께 전화를 걸어 바로 책으로 만들자고 말씀드렸죠. 다만 상업적인 책으로 만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하시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어 전자책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강민구 판사의 실천력은 누구보다 빨랐다. 그는 단 4일 만에 해당 클래식 음악의 URL과 QR 작업을 끝냈고, 이어 디자인과 교열·교정 작업 그리고 클래식 음악 검수까지 모두 마쳐 완성된 PDF를 구글 드라이브와 그의 블로그,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단 17일 만에 이루어 낸 일이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습니다. 2차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때 말고 잠을 이렇게까지 안 자고 준비했던 적은 처음이네요. 아마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열망 때문이었을 테죠.”

그의 열망은 비로소 모두에게 닿았다. 책의 말미에 적힌 ‘이 전자책을 원본 그대로 주위 배포함은 허락됩니다.’라는 말속에는 저자인 송종의 전 법제처장과 책의 편집자인 강민구 판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많은 이들이 명문(名文)을 경험하고, 예술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너른 마음이다. 함께하는 법정 강민구 지음 금정산의 여명 2
사법정보화, 국민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다

강민구 판사는 어째서 전자책 편집을 생각했던 것일까. 사실 ‘법조계 IT 전문가’라 불리는 그에게 있어서 IT를 다루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아이디어와 IT 능력을 다른 이들을 위해 사용해 왔는데, 해당 인터뷰에서도 네이버 클로바노트를 통해 추출한 녹취 파일을 전해주었다. 실제로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스마트폰 활용법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린 그는 영상 설명에 “우리 사회의 스마트폰 활용 격차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강민구 판사에게도 IT를 처음 경험했던 때가 있었다.
“1985년 육군사관학교 교수부로 발령이 났을 때 더미터미널을 처음 접했습니다. 화면과 키보드뿐인 이른바 ‘멍텅구리 컴퓨터’인데, 워드프로세서 기능을 본 날 저는 잠을 못 이뤘어요. 그 충격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강민구 판사는 그날 이후 전산장교들의 도움을 받으며 3년 동안 파스칼, 포트란과 같은 코딩 언어를 공부했다. 그렇게 IT의 짝꿍이 된 그는 대한민국 법원의 사법정보화에 주춧돌을 놓았다. 판례, 법령 등이 검색되는 ‘종합법률정보’의 원판이 되는 1.0 버전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그는 현재 운영 중인 전자소송 도입을 주도했다.
사법정보화의 최종 수혜자는 결국 국민이다. 격무가 줄어든 판사들은 보다 근본적으로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국민도 모르는 사이 국민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강민구 판사. 그와 ‘멍텅구리 컴퓨터’가 만난 그날의 우연은 이렇게 화려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

법정을 예술로 찬란히 물들이다

늘 주저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는 강민구 판사는 법정을 예술작품의 색채로 물들인 바 있다. 바로 ‘예술법정’을 만든 것이다.
2012년 그는 스웨덴의 한 지방법원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일을 겪었는데, 법정의 벽면이 지역 작가들의 그림과 사진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카페에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던 그는 이를 착안하여 창원지방법원장으로 부임하면서 법정을 예술의 빛깔로 물들였다. 지역 작가들의 그림은 창문 없는 밀폐된 법정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마음에 환희를 드리웠다. 이것이 예술의 힘이다.
법조인으로서, 편집자로서 그리고 IT 전문가로서 남을 도와 온 그에게는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한 일을 하면 반드시 복이 온다는 말이다. 그에게 이처럼 완벽히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남을 많이 도우면 나와 우리 가족이 잘 되는 거예요. 어쩌면 지극한 이타심은 지극한 이기심과 같은 것이죠.”
사시사철 푸른 마음을 간직한 그가 이루고자 하는 다음 꿈은 ‘디지털 상록수’ 교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시작은 ‘디지털 문맹’을 위한 재능기부다. 그렇게 디지털에 눈 뜬 이가 또 다른 이를 가르치고, 선한영향력이 퍼지고 퍼져 모든 국민이 IT 앞에 위축되지 않기를 그는 바라고 있다. 이미 강민구 판사의 머릿속에 설계도가 그려져 있으니 그날이 오는 것은 머지않아 보인다.
끝으로 그의 저서 <인생의 밀도> 속 한 줄을 인용하고자 한다. 강민구 판사가 있기에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과 공존의 사회가 되어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법조인으로서, 편집자로서 그리고 IT 전문가로서 남을 도와 온 그에게는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한 일을 하면 반드시 복이 온다는 말이다.
그에게 이처럼 완벽히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남을 많이 도우면 나와 우리 가족이 잘 되는 거예요.
어쩌면 지극한 이타심은 지극한 이기심과 같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