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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지 기수 4인의
    브레이브걸스 ‘롤린’ 댄스 도전기

    • 이지연
    • 사진 한유리
  • 을지로지점 권혜민 대리, 부천테크노지점 남진경 대리, 남동공단미래지점 탁재연 대리, 화성봉담지점 전정인 대리, 그들은 한때 모두 댄서였다. 자아가 형성되기 전 개다리춤을 신나게 췄고, 튀튀를 입으면 발레리나가 됐다.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씬스틸러가 되기도 했다. 2020년 9월 입행한 긍지 기수 4인에게도 댄스 신동 소리 듣던 시절이 있었을 터. 그때를 회상하며 역주행의 아이콘이자 중독성 강한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Rollin’)’ 안무를 원데이 클래스에서 배워봤다.
새로운 도전, 즐기면 그뿐!

해병대 전우들이 흙바람을 날리며 무대 앞으로 뛰쳐나와 떼창하던 영상 덕에 역주행한 노래가 바로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이다. 주먹 쥔 두 팔을 일자로 뻗어 골반을 둥글게 돌려주는 게 첫 번째 안무 포인트. 양손을 머리 뒤에 대고 방향을 바꿀 때마다 팔을 접었다 펴면서 가오리처럼 팔딱거리는 게 두 번째 안무 포인트다. 안무가 재미있는 데다 따라 하기에도 비교적 쉬워 국민 댄스가 됐을 정도다. 그러니 롤린 안무 원데이 클래스 신청자 모집 소식에 평소 춤에 관심 있고, 배워보고 싶어 한 기업은행 직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도 이해가 간다.
유일한 청일점으로 오늘만큼은 브레이브 ‘걸스’가 되겠다고 용기 낸 전정인 대리는 이미 신입행원 연수 때 240여 동기들 앞에서 선미의 ‘보름달’에 맞춰 춤을 춰본 경력자다. 많은 동기들 앞이라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 덕에 동기들이 자신을 기억해줘서 좋았다고 하니 무대를 진정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내 생애 첫 댄스공연은 유치원생 때”라고 말하는 탁재연 대리는 흥이 많아 집에서도 자주 춤을 췄다며 맞벌이하는 부모님의 퇴근시간에 맞춰 동생과 깜짝 공연을 준비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고등학생 때 동아리 활동 하면서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있다.”고 말하는 남진경 대리는 즐거워하는 관객들을 보며 자신도 흥이 났다고 한다. 권혜민 대리 역시 “제대로 각 잡고 춰본 적은 없지만 아이돌 댄스를 좋아한다.”며 오늘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춤을 잘 추진 않지만 이 시간을 즐기고 싶다고 말하는 4명의 직원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연수를 받으면서 오프라인에서 만날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대신 롤린 덕분에 이렇게 모여 같이 춤을 배울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즐기며,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을 찾아가는 그들은 이미 ‘브레이브 걸스(Brave Girls)’였다.

춤추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한쪽 벽면이 거울로 덮인 댄스홀로 들어섰다. 낯선 공간에 어색해하던 것도 잠시 음악이 흘러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까딱이고, 발 박자를 맞췄다. 지소영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간단히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에 들어갔다. 모두다 20대여서 그런지 동작들을 무난히 소화했고, 잘 따라와준 덕분에 바로 안무 배우기에 들어갔다.
선생님의 설명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직원들의 눈이 반짝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았다.
“거울에 비치는 나를 다른 사람이 본다고 부담을 갖지 말았으면 해요. 그러면 동작이 움츠러드니까요. 사실 남은 안보고, 다 자기만 보고 있어요.(웃음) 안무를 배울 때만큼은 저를 봐주시고, 어느 정도 안무가 익으면 자신만의 느낌을 얹어 보세요.”
선생님의 설명에 한껏 몸과 마음이 유연해진 직원들은 오른팔을 아래로 뻗어 느리게 들어 올리는 첫 동작부터 쉽게 잘 따라 했다. 특히 어릴 때부터 흥이 많았다는 탁재연 대리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알고 보니 탁 대리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춤을 배우는 것이었고, 실제로 지난 주부터 댄스학원에 등록해 춤을 배우고 있다고 하니 물고기가 물 만난 격이다.
수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빠른 턴 후에 중심을 잃지 않고 바로 서는 것이 중요한 동작에서 권혜민 대리의 몸이 순간 오뚜기처럼 좌우로 오갔다. 귀여운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전정인 대리는 앞으로 걸어 나가는 부분에서 같은 손, 같은 발이 동시에 나와 잠시 버퍼링 상태가 되었고, 가끔 아이돌 춤을 보면서 “한 번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남진경 대리는 표정까지 살려 안무를 소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직원들의 표정에 자신감이 차올랐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그들이 모였기에 1시간 30분이라는 수업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각자 잘 되지 않는 버퍼링 구간들을 반복 연습을 통해 몸에 안착시킨 직원들은 마지막으로 개인소장용 동영상 촬영까지 마치며 이 시간과 추억을 저장했다.
일도, 취미도 즐겁게 Play

근무하는 지점도 다르고 개인여신, 수신업무, 모텔러 등 맡은 업무도 다른 직원들이지만 동시에 턴을 하고 팔을 뻗을 때는 마치 두어 번 합동 연습을 하고 온 것 마냥 호흡이 척척 맞았다. 앞서 말한 ‘롤린’과 ‘가오리’ 이 두 가지 핵심 안무를 배우는 대목에서는 마치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표정에도 흥이 가득했고, 입으로는 노래까지 따라 부르는 여유를 부렸다.
‘롤린’ 안무를 배우는 대목은 놀랍게도 잘 소화해 무사히 넘어갔지만 방향을 바꿔가며 팔까지 폈다 접었다 하는 ‘가오리’ 안무에서는 잠시 혼돈의 시간이 찾아왔다. 나란히 선 전정인 대리와 권혜민 대리는 방향을 찾는 데 조금 애를 먹었고, 서로 자기가 틀려서 옆 사람까지 헷갈리게 한다며 훈훈한 동기애를 보여줬다.
퇴근 후 동기들과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주말에는 가벼운 등산도 즐긴다는 권혜민 대리는 일할 때도 놀 때도 항상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전정인 대리도 마찬가지.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는 그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기, 틈틈이 아침에 달리기를 비롯해 최근에는 쿠키를 직접 만들어 지점 식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뭐든지 ‘열심’이라는 탁재연 대리와 맛집 가기, 야구 시청하기 등을 즐긴다는 남진경 대리도 일은 일대로, 취미생활은 취미생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그들이 모였기에 1시간 30분이라는 수업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각자 잘 되지 않는 버퍼링 구간들을 반복 연습을 통해 몸에 안착시킨 직원들은 마지막으로 개인소장용 동영상 촬영까지 마치며 이 시간과 추억을 저장했다.
“신입행원 연수가 비대면으로 진행돼 서로 이야기 한 번 나누지 못하고 각 영업점으로 흩어졌는데 오늘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얼굴 보고 인사 나눌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전정인 대리·탁재연 대리)
“평소에 춤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생각지 못한 좋은 기회에 요즘 가장 핫한 롤린 안무를 배울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 다른 안무도 배워보려고요.” (남진경 대리·권혜민 대리) 직원들은 마지막으로 진정한 브레이브 걸스의 완성은 ‘별명’이라며 서로의 별명을 지어주었다.
동굴 같은 목소리를 가진 전정인 대리는 ‘동굴좌’, 스물다섯 막내인 탁재연 대리는 ‘막내좌’, 분위기가 상큼한 남진경 대리는 ‘상큼좌’, ‘애기애기’하게 귀여운 권혜민 대리는 ‘애기좌’가 됐다. 서로 다른 색을 가졌지만 홀로 튀려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배려할 때 단체 안무도 완성되는 것이리라. 4명의 흥 많고 끼 많은 직원들을 보면서 우리네 삶도 단체 안무를 추듯 어우러질 때 아름답다는 걸 느꼈다. 그러니 오늘 곁에 있는 사람과 춤을 춰보는 건 어떨지.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