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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공간에서 즐기는
    봄나들이, 곡성

    • 글. 사진 송일봉(여행작가)
  • ‘계절의 여왕’, ‘장미의 계절’, ‘가정의 달’. 모두 5월을 가리키는 수식어들이다. 이 수식어 모두와 어울리는 여행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족여행지’가 곳곳에 산재한 전라남도 곡성. 한때 전체 인구가 14만 명이 넘었던 적도 있었지만, 인구가 점차 감소해서 현재는 2만 8,00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작은 고장’이 최근 들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과 강, 옛 철길, 지역 먹을거리 등이 언제 누구와 함께해도 ‘편안한 여행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까닭이다.
고즈넉한 풍경의 섬진강

곡성의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는 데는 적절하게 공간(Space)을 활용하는 작은 요령이 필요하다. ‘작은 고장’이라고 해도 현지에서의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을 동반하는 여행이라면 체험공간인 ‘섬진강 기차마을’이 제격이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생태공간인 ‘섬진강’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산이나 사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문화공간인 ‘태안사’가 어울리고, 요즘 유행하는 ‘인생샷’을 건지고 싶다면 ‘영화 & 뮤직비디오 촬영공간’을 찾아다니면 된다.

체험 공간 ★ 섬진강 기차마을

‘섬진강 기차마을’은 지난 1998년에 ‘전라선 복선화사업’으로 인해 폐역이 된 구(舊)곡성역 주변에 조성한 복합테마파크다. 이후 ‘섬진강 기차마을’은 곡성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2012년에 미국 방송사인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0선’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었고, 201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도 했다.
‘섬진강 기차마을’ 안에는 이국적인 정취를 자랑하는 ‘장미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공원은 ‘천사장미공원’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데 그 별명에 걸맞게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1,004종의 장미품종들이 심어져 있다. 해마다 ‘장미공원’에서는 5월과 6월 사이에 ‘세계장미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서 축제를 취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미꽃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몇몇 체험시설도 예전처럼 운영할 예정이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체험 프로그램은 증기기관차를 타고 섬진강변을 달려보는 것이다. ‘섬진강 기차마을’을 출발해서 가정역까지 간 다음, 20분 정도 휴식을 하고 다시 ‘섬진강 기차마을’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이다. 체험에 소요되는 시간은 정차시간 20분을 포함해서 약 1시간 30분이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증기기관차를 타고 가정역으로 갈 때는 왼쪽 창가에 앉으면 좋다. 철쭉꽃이 만개한 섬진강변의 고즈넉한 풍경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기기관차를 탈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에는 미니기차를 타고 ‘섬진강 기차마을’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 안에서 500m 코스의 순환형 레일바이크도 이용할 수 있다.

  • 곡성 장미축제(사진제공_곡성군 홈페이지)
  • 가족 단위의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레일바이크 체험
걸그룹 여자친구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구(舊)곡성역사
  • 곡성군 생태여행지
  • 태안사 전경
생태 공간 ★ 섬진강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의 ‘데미샘’에서 발원하는 긴 물줄기다. 데미샘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임실, 남원, 곡성, 구례, 하동을 지나서 광양의 망덕포구를 통해 남해로 흘러들어간다. 하지만 섬진강 하면 볼거리와 얘깃거리가 많은 곡성, 구례, 하동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들 지역 가운데서도 섬진강의 정취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곡성읍에서 구례읍까지 이어지는 17번 국도다. 이 ‘곡성 구간’은 섬진강을 끼고 있는 길이라서 가벼운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다. 특히 곡성읍에서 압록유원지까지의 13km 구간에서는 그 유명한 ‘섬진강 철쭉길’을 달릴 수 있어서 좋다. 이 ‘섬진강 철쭉길’ 은 ‘곡성 9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곡성군의 잘 알려지지 않은 생태여행지는 오곡면 오지리에 있는 침실습지다. 섬진강의 지류인 곡성천, 금천천, 고달천 등이 섬진강 본류와 만나면서 형성된 습지인데 그 넓이가 무려 203만㎡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660여 종의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침실습지의 명물은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퐁퐁다리’다. 철판으로 만들어진 작은 다리지만 침실습지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침실습지를 찾은 사람들은 이 다리를 오가며 거센 섬진강 물살과 함께 평온한 습지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일교차가 큰 5월의 이른 아침에는 침실습지 일대에서 몽환적인 물안개를 볼 수도 있다.
습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침실습지 근처에 있는 ‘안개마을’을 찾으면 좋다. 이 마을에서는 직접 침실습지를 찾아가는 ‘생태인문학 체험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침실습지는 지난 2016년에 우리나라의 22번째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문화 공간 ★ 태안사

곡성군 죽곡면 원달리에 있는 태안사는 구산선문 가운데 하나인 ‘동리산문’을 연 매우 유서 깊은 사찰이다. 태안사 뒷산은 오래전부터 산세가 수려한 것으로 이름이 높던 봉두산(동리산)이다. 태안사는 신라 경덕왕 때인 742년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스님 세 분이 암자를 짓고 수도를 한 것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 후 신라 문성왕 때인 847년에 적인선사 혜철 스님이 건물을 짓고 태안사를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안사는 들어가는 길이 참 예쁘다. 여느 사찰들과는 달리 흙길인데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안사 탐방로는 사찰 초입에 있는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서 시작된다.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서 태안사까지의 거리는 약 1.5km다. 천천히 걸으면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다.
마침내 태안사에 도착하면 ‘동리산태안사’라는 편액이 걸린 일주문(봉황문)이 나타난다. 그리고 일주문을 지나면 오른편에 광자대사 윤다 스님의 부도인 광자대사탑이 있다. 보물 제274호로 지정되어 있는 광자대사탑은 안정감과 균형미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려 광종 때인 950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광자대사탑 옆에 있는 광자대사비 위에는 ‘가릉빈가’ 또는 ‘칼라빈카’라 불리는 극락조가 한 마리 앉아 있다. 극락조는 하반신은 사람, 상반신은 새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는 영물이다.
태안사의 가장 깊은 곳에는 보물 제273호로 지정된 적인선사탑이 있다. 적인선사 혜철 스님(785~861년)의 부도인 이 탑은 통일신라 말기에 조성된 부도 가운데 가장 우수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 부도는 혜철 스님이 입적한 해인 861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영화 ‘곡성’의 촬영지 가운데 하나인 곡성성당
  • 영화 ‘곡성’의 촬영지 가운데 하나인 곡성 메타세콰이아길
영화 & 뮤직비디오 촬영 공간 ★ 메타세콰이아길과 곡성성당

곡성군이 전국에 널리 알려지게 된 데에는 지난 2016년에 개봉한 영화 ‘곡성’의 영향이 매우 크다. 영화의 내용은 어두웠지만 외지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 촬영지인 ‘곡성군’에 대한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을 했기 때문이다.
영화 ‘곡성’에는 곡성군의 여러 장소가 등장했다. 메타세콰이아길은 영화 ‘곡성’의 주인공인 전종구가 딸 효진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리는 장소로 등장했다. 그리고 곡성성당은 영화 속 인물인 양이삼 부제가 시무하는 성당으로 등장했다. 메타세콰이아길은 예전에 곡성과 남원을 잇는 도로변에 있고, 곡성읍내 한가운데 있다. 구(舊)곡성역사는 걸그룹 여자친구의 ‘귀를 기울이면’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이후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뮤직비디오에는 역의 이름이 ‘곡성’ 대신 ‘경은’으로 표시되어 있다. 한자로 ‘경은(傾听)’은 ‘귀를 기울이다’라는 뜻이다. 자신들의 노래 제목에 맞춰서 역 이름을 잠시 바꾼 것이다. 이 뮤직비디오에는 구(舊)곡성역 말고도 ‘섬진강 기차마을’의 증기기관차, 가정역 앞에 있는 두가세월교 등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