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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과 사랑을 부르는
    벚꽃 여행지,
    진해

    • 글. 사진 송일봉(여행작가)
  • 봄이면 무조건, ‘진해’를 찾는 이들이 많다. 아름다운 벚꽃을 마음껏 감상하기 위해서랄까. 모두가 인정하듯 벚꽃 하면 진해, 진해 하면 벚꽃이다. 여좌천의 로망스다리를 비롯해 진해 시내 벚꽃길, 제황산 공원, 경화역, 해군사관학교, 환경생태공원 등 어딜 가도 그야말로 벚꽃의 천국 진해에서 벚꽃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진해를 대표하는 벚꽃명소 가운데 하나인 여좌천
진해와 벚꽃축제

경상남도 진해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전원도시다. 이 아름다운 도시는 벚꽃이 만개한 봄날에 찾으면 더욱 좋다.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은 물론이고, 아름다웠던 옛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중년 부부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벚꽃 여행지’인 진해. 해마다 4월이 되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는 진해의 벚꽃은 유난히 탐스럽고 화사하다. 남해안 특유의 온화한 기후가 만들어낸 ‘자연 걸작품’ 이다. 현재 진해 곳곳에는 약 36만 그루의 벚나무가 있다.
벚꽃이 피면 진해에서는 이른바 ‘진해벚꽃축제’라 불리는 진해군항제가 열흘 동안 열린다. 진해군항제는 1952년 4월 13일, 우리나라 최초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북원로터리에 세우고 추모제를 올린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 후 1963년부터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계승하고 문화예술을 발전시킨다는 취지에서 오늘날과 같은 축제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축제는 열지 않는다. 따라서 벚꽃을 보러 진해에 가게 되면 방역수칙을 꼭 지켜야한다. 일부 벚꽃 명소는 출입을 통제할 수도 있다.

진해군항제
벚나무는 우리나라의 특산종

우리나라에는 진해를 비롯해 하동 화개마을, 완주 송광사, 진안 마이산 등 벚꽃으로 유명한 명소들이 많다. 하지만 벚나무가 왜색이 짙은 ‘일본나무’라는 이유로 한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다. 심지어 오래된 벚나무들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리기까지 했다. 무작정 일본이 싫었기 때문이다. 물론 벚꽃은 일본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꽃이고, 일본 사람들도 좋아하는 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곳곳에서 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단지 일본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벚나무를 잘라낼 필요까지는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주 신례리와 봉개동, 해남 대둔산에서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일본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들 자생지에 있는 왕벚나무들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제주에 있는 왕벚나무 자생지는 1908년에 프랑스인 ‘에밀 타케 신부’가 처음 발견했다. ‘에밀 타케 신부’는 제주 왕벚나무 표본을 독일 베를린대학에 보내 제주도 왕벚나무가 한국의 특산종이라는 사실을 세계 식물학계에 알렸다. 하지만 이 같은 기록만 있을 뿐 오랫동안 그 왕벚나무 자생지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1962년에 식물학자인 박만규 박사 일행이 제주도 관음사 인근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1966년에는 해남 대둔산에서도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되었다. 2017년에는 제주시 봉개동에서 수령 250년이 넘는 왕벚나무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8년에는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제주도 왕벚나무가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이라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정 지었다. 아울러 일본 왕벚나무인 ‘소메이요시노’ 역시 우리나라의 왕벚나무와 서로 다른 종이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순천 선암사의 겹벚꽃
벚나무의 종류

벚나무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왕벚나무다. 그리고 다른 나무에 비해 조금 일찍 꽃이 피는 올벚나무가 있고, 수양 버드나무처럼 나무줄기가 축축 처지는 수양 벚나무도 있다. 처음에 연초록의 꽃으로 피어나 점차 흰색으로 변하는 청벚나무, 봄이 끝나갈 무렵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겹벚나무, 그리고 산벚나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산벚나무는 산 중턱에서 다른 나무들의 잎이 연둣빛으로 변해갈 때 하얀 꽃을 피워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다. 산벚꽃이 핀 산을 보면 멋진 수채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화려함보다는 산뜻함과 단아함이 돋보이는 벚나무다.
다른 벚나무에 비해 일찍 꽃이 피는 올벚나무는 조선 16대 왕인 인조 임금과도 관련이 있다. 병자호란을 겪은 후에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인조 임금은 사찰 주변에 벚나무를 많이 심게 했다. 벚나무가 유사시에는 무기를 만드는데 요긴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벚나무 껍질인 ‘화피(樺皮)’는 활의 손잡이 부분을 감싸는데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구례 화엄사 근처에도 당시에 심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올벚나무(천연기념물 제38호) 한 그루가 남아 있다.

  • 진해의 벚꽃
  • 서울 경복궁 경회루의 수양벚나무
로망스 다리부터 제황산 공원까지

진해 곳곳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벚꽃 명소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명소 가운데 하나가 진해여중 옆에 있는 여좌천이다. 가볍게 산책을 즐기며 벚꽃여행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진해 시민들은 벚꽃이 만개하면 시내로 나가지 않고 여좌천을 거닐며 여유롭게 벚꽃을 감상하기도 한다.
여좌천은 지난 2002년에 MBC 드라마인 <로망스>에 등장한 이후로 널리 알려졌다. 현재 여좌천에는 모두 10개의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이들 다리에는 현녀교, 인연교, 여명교 등과 같은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세 번째 다리(여좌천3교)의 이름이 ‘로망스 다리’다. 바로 이 다리가 드라마에 등장한 다리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로망스>가 끝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로망스 다리’의 인기는 유효하다.
진해에 있는 폐 기차역 가운데 하나인 경화역 역시 벚꽃 명소로 인기가 높다. 특히 젊은 연인들이 이른바 ‘인생샷’을 찍기 위해 많이 찾는다. 비록 기차가 정차하지는 않지만 약 800m에 이르는 벚꽃터널을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경화역을 찾고 있다. 경화역 역시 2006년에 방영된 KBS 드라마 <봄의 왈츠>의 일부 장면이 촬영되었다.
벚꽃이 만개한 진해의 전경을 보려면 제황산 공원으로 가야 한다. 진해 중원로터리 근처에 있는 제황산 공원은 진해 시민들도 즐겨 찾는 명소다. 이른바 ‘1년 계단’이라 불리는 365개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는 해군 군함을 모티브로 한 9층짜리 진해탑이 세워져 있다. 계단을 오르기가 부담스럽다면 제황산까지 오르는 20인승 모노레일을 이용해도 된다.

2015년 폐역이 되어버린 진해역
숨은 벚꽃 명소들

진해는 ‘벚꽃의 도시’다. 그런 만큼 여좌천이나 경화역 못지않은 숨은 벚꽃 명소들도 많다. 장복산조각공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진해 내수면생태공원 인근에서 조각공원까지 이르는 도로의 가로수가 모두 벚나무이고, 조각공원 안에도 벚나무들이 많다. 따라서 장복산조각공원은 가벼운 산책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조각품도 감상할 수 있는 벚꽃 명소로 인기가 높다. 지난 2014년에는 진해 출신의 향토시인인 방창갑 시인의 시비도 세워졌다. 시비에는 방창갑 시인의 대표작인 ‘꽃을 보는 마음’이 새겨져 있다.
장복산조각공원 근처에는 마진터널이 있다. 1985년에 장복터널이 생기기 전까지 마산에서 진해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였던 곳이다. 마진터널은 1949년에 개통되었다. 하지만 장복터널이 개통된 이후로는 차량의 통행량이 많이 줄었다. 마진터널과 장복산조각공원 사이의 가로수도 모두 벚나무다. 창원시 성산구와 진해구를 잇는 안민고개 역시 진해의 벚꽃 명소 가운데 하나다. 장복산 자락에 있는 약 9km의 안민고개는 평소에도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도로 곳곳에서 진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질 무렵에는 멋진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진해구에 속한 약 5.6km에 이르는 벚꽃길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낭만적이다. 도로 옆에는 보행자들을 위한 나무데크길도 조성되어 있다.
진해의 별미집으로는 밀면과 냉면을 주메뉴로 하는 목화냉면 비롯해서 70년 전통의 중국음식점인 원해루 아귀찜과 대구찜을 잘 하는 이동찜집 등이 있다. 오직 진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해제과의 벚꽃빵 역시 특별한 먹을거리 가운데 하나다.

장복산조각공원에서 바라본 진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