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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홈코노미 전성시대

    • 김광석(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대봉쇄(lock down) 조치와 폐쇄(shut down) 등으로 야외 활동이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에 따라 여행, 운송, 외식업은 큰 타격을 받았지만, 온라인 쇼핑, 게임, 비대면 교육 등의 분야는 오히려 상당한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일상의 모습에서 소비행태까지 모든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빅데이터로 본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

코로나19는 전국적인 ‘집콕’ 현상을 만들었다. 집콕 현상으로 인해, 홈트(홈 트레이닝), 홈캉스, 홈술, 홈쿡, 홈오피스 등과 같은 신조어나 결합어가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으로 홈(home)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홈코노미’가 하나의 트렌드로 부상하게 되었다.
한국의 주요 소셜네트워크상에서 ‘여행’, ‘데이트’, ‘맛집’과 관련된 언급량이 대부분 감소하였지만, ‘집’, ‘책’, ‘산책’에 대한 언급량은 급증하였다. ‘벚꽃’, ‘축제’, ‘나들이’도 크게 줄어들었지만, 옥외활동을 줄이면서 ‘미세먼지’나 ‘패션’에 대한 관심도 함께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잃었지만,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홈코노미와 언택트 소비

팬데믹 경제위기는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를 앞당겨 놨다. 재택근무를 실시하면 회사가 망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원격수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이마저도 우린 적응했다. 정년을 얼마 안 남긴 교수들도 카메라 앞에서 강의하기가 여간 어색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오히려 비대면 강의에서의 장점들을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 뱅킹이나 온라인 쇼핑에 익숙지 않았던 어르신들도 디지털 플랫폼의 편리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셧다운(shut down) 조치는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을 이끌었고, 홈코노미(homeconomy)가 찾아왔다. 원격수업하는 아이들과 재택근무하는 부모들이 함께 머물며 삼시 세끼 하다 보니,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늘 수밖에 없지 않은가? 중요한 건 코로나19 충격에도 소매 판매가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0년 1~11월까지의 누적액을 기준으로 소매 판매액이 2019년 약 430조 원에서 2020년 약 433조 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소매 판매액이 늘었지만,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늘었을 뿐, 오프라인 쇼핑 거래액 증감률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줄곧 마이너스다.
홈코노미는 여가·오락 등의 라이프 스타일도 언택트로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라우드에 기반한 커넥티드 게임이다. 사용자 간에 연결되어, 게임으로 얻은 점수를 공유하거나 여러 명이 함께 플레이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이 보급되면서 구글 클라우드 등이 게임산업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기업들은 ‘스마트 홈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와 모션 캡쳐(motion capture), 가상·증강현실 등의 기술들이 활용되면서, 비대면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문가와 소비자를 더욱 밀접하게 연결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의 움직임을 4가지 각도에서 확인하는 멀티뷰 영상과 360도 AR로 자세히 보기를 제공하고, AI 코치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체계적으로 자세를 배울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비대면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지만, 더욱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콘텐츠들을 400여 편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구독 서비스의 부상

세계의 넷플릭스(Netflix) 유료 구독자 수는 2020년 3분기 1억 9,500만 명을 돌파했고, 현재 약 2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구독자가 더욱 늘어나는 모습이다. 스포티파이(Spotify)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이용자의 기호와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화된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제공해 준다.
소비자들은 음식료품도 구독하기 시작했다. 제주 삼다수는 생수를, 쥬비스는 다이어트 식품을, 동원F&B는 반찬을, 버거킹은 커피를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케어비(Care B)라는 이유식 구독 서비스를 런칭해 월령별로 맞춤화된 식단을 제공하고, 술담화는 전통주 소믈리에가 고른 전통주를 정기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과일 구독서비스를 운영해, 소비자가 직접 장을 봐 무거운 과일을 운반할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다양한 계절 과일을 맛볼 수 있어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일본 맥주 회사 기린(KIRIN)은 홈탭(Home Tap)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고, 한 달에 두 번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맥주를 배달해 준다.
구독 서비스는 생활 전반에 걸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은 면도날을 집 앞으로 배달해 주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고, 세계 면도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질레트(Gilette)를 앞질렀다. 밀리의 서재는 5만 권의 도서를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고, 꽃 배달 쇼핑몰 쿠카(kukka)는 2주에 한 번 계절에 가장 예쁜 꽃을 배송해 주는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

  • 남양유업의 이유식 구독, Care B 출처 : 남양유업
  • 기린의 맥주 구독, Home Tap 출처 : KIRIN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라

코로나19와 같은 이례적인 충격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다. 라이프 스타일, 문화시설, 여행, 소비 등의 영역에 걸쳐 다양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기업들은 그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정부는 경제 주체들의 그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책들을 마련해야 하겠다. 그 변화에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구조적 변화’와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일시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구조적 변화에는 시스템이나 플랫폼적 접근에서 중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일시적 변화에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유연한 움직임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