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 검사부 박병남 차장

    내가 캠핑을
    떠나는 이유

    • 정임경
    • 사진 선규민
  • 캠핑 기술의 정도로 고수, 하수를 나눈다면 박병남 차장 말대로 그가 고수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캠핑을 즐기는 것으로 수준을 나눈다면 분명 그는 고수다. 한 달에 2~3번 집이 아닌 카라반에서 잠들고, 일어난다. 그는 지금 캠핑에 흠뻑 빠져있다.
바다, 산, 들…. 1박 2일 자연 속으로

반짝이는 은하수,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 한없이 투명한 깊고 푸른 바다, 싱그러운 푸른 숲…. 아름다운 자연은 늘 검사부 박병남 차장의 가족에게 속살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그래서일까. 옛날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이곳저곳 여행 다니길 좋아한 아버지의 모습을 쏙 빼닮은 박병남 차장 또한 아들, 아내와 자주 여행길에 오른다.
열혈 캠퍼가 된 지금은 카라반도 함께다. 굳이 용어 정리를 하자면 카라반은 주거시설을 갖춘 컨테이너를 차에 견인해서 끌고 다니는 것을 말한다. 청산도, 여수, 삼척 등 짧게는 1박 2일부터 길게는 5박 6일, 시간이 나면 카라반을 견인해 달렸다. 삼척 맹방해변을 두고 발길을 돌릴 수 없어 계획도 없이 하루 더 머물렀고, 포천의 국망봉휴양림을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최고의 캠핑장으로 손꼽았다. 최근에는 가평의 한 노지에 카라반과 텐트를 정차해놓고 주말이면 도심을 탈출하듯 빠져나와 달려간다.
“텐트 한 번 쳐 본 적 없던 제가 작년에 아내, 아이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서호주 여행을 떠났습니다. 광활한 자연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도 기존에 떠난 여행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돌아와서 한국에서도 캠핑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심사숙고 끝에 카라반을 산 거죠.”
카라반은 아늑했다. 우드톤으로 온기를 잔뜩 품은 카라반에는 개수대부터 몸을 뉠 수 있는 침대 겸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화장실, 냉장고, 에어컨까지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카라반 옆 텐트는 애쓰지 않은 듯 꾸며놓은 랜턴이며 액자, 코바늘 가랜드 등의 소소한 아이템들이 캠핑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했다.

느릿느릿 잘 쉬기 위해 떠나는 일

“같은 밥이라도 집에서 먹는 것보다 밖에 나와 먹으니 훨씬 맛있고, 캠핑은 다 좋아요. (웃음) 잘 놀고 또 잘 쉬기 위해 캠핑을 떠나는 거죠.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아요. 그 시간에 무엇을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요.”
세 사람은 따로 또 같이 시간을 즐긴다. 박병남 차장이 책장을 넘기는 동안 아내는 코바늘질에 열심이다. 그리고 아들 이현이는 텐트 뒤 낮은 언덕에 올라 새를 쫓기도 하고, 또 얼음을 망치로 툭툭 깨어도 본다. 유리병에 물을 채우고 악기를 만들어 ‘후후’ 불어도 본다. 지저귀는 새 소리는 배경음악이다. 주말,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느릿느릿한 시간을 보내는 박병남 차장의 마음은 여유로운 표정만큼이나 편안한 듯하다.
“캠핑은 저희를 조금씩 변화시켰어요. 낯가림이 있는 이현이는 캠핑을 하며 스스럼없이 친구 사귀는 법을 배웠고, 또 자연을 즐길 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세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가까워졌어요. 더 끈끈해졌다고 할까요.” 특히 겨울은 밤이 길잖아요. 멍하니 불도 보고, 영화도 보고, 보드게임도 하죠. 아이가 잠들면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눠요. 분명, 집에 있을 때보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데 힘들다는 생각보다 잘 쉬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응축한 에너지를, 다음 주에 쓰는 거죠. 물론 은행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캠핑을 거듭 떠날 때마다 그 묘미는 더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캠핑을 가능하게 하는 자연에 더 마음이 쓰인다고. 최소한의 쓰레기를 배출하겠다며,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캠핑을 하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특히, 아내 신지윤 씨는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일 앞에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휴지가 아닌 가제 수건을 사용하고 있다고.
“캠핑하면서 놀랐던 게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어요. 자연을 즐기려고 하는 캠핑인데, 자연을 망치게 되니 저희만이라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로 한 거죠. 음식물 쓰레기 또한 나오지 않게 아내가 집에서 밀키트 형태로 만들어 와요.”

나와 맞는 캠핑 스타일을 찾는 것부터

“요즘 늘어나는 TV 프로그램만 봐도, 캠핑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죠. 캠핑카를 사려면 길게는 일 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요. 캠핑 용품 가격도 훌쩍 올랐고…. 아무래도 코로나로 멀리 여행을 갈 수 없으니 캠핑을 떠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온전히 캠핑 그 자체의 즐거움에 빠지게 되지만요. (웃음)”
현재 그 누구보다 뜨겁게 캠핑을 즐기는 박병남 차장은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맞는 캠핑 방법을 찾을 것’을 제일 먼저 조언했다. 평소 캠핑을 즐기는 사람과 함께 떠나보면 자신에게 맞는 캠핑법과 도구 등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캠퍼 지인이 없다면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것을 조언했다. 그 또한 커뮤니티 ‘달구지 캠핑’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저 또한 10년 차 캠퍼인 지인을 따라나선 캠핑에서 깨달았어요. ‘아, 나는 텐트와는 맞지 않구나’라고 말이죠. 텐트를 치는 일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웃음) 그래서 카라반, 루프탑 텐트, 캠핑카 등 장단점을 따져가며 고심 끝에 카라반을 선택했습니다.”
감가상각이 큰 캠핑카보다는 비용도 합리적이고, 지하 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한 카라반을 선택한 박병남 차장. 카라반이라도 무게가 750kg 이상인 것은 특수 면허를 획득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지금은 베스트 드라이버지만, 처음 카라반을 견인해 운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차와 카라반을 연결하면 크기가 미니버스만 해 이 또한 적응하기 위해 동영상을 반복 시청하며 감을 익혔고, 특히 카라반 운행 중에는 급제동이 사고의 원인이 되는 만큼 더욱 주의해야 했다.
캠핑 장비를 사는 일 또한 소소한 재미다. 최근 박병남 차장은 캠핑 용품 중 화목난로를 눈여겨보는 중이다. 나무를 태워 열을 내고, 연통으로 연기를 빼내는 화목난로의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는 캠핑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기 때문이다.

캠핑은 밤이어라

겨울의 밤은 어김없이 빨리 찾아왔다. 미리 피워 둔 장작불을 찾아 자연스레 모여든 세 가족.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그리고 따뜻한 코코아 한잔은 차가운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하나둘 켜지는 호롱불 랜턴과 꼬마전구는 운치를 더한다. “캠핑은 밤이 진짜죠!”라며 웃어 보이는 박병남 차장. 세상에 오직 세 사람만 있는 것 같은 고요함은 서로에게 더 집중하게 했다. 멀리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겨울밤을 따뜻하게 한다. 당장이라도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은 수많은 별빛 아래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드는 세 사람. 이래서 박병남 차장의 캠핑은 곧 행복이다.